택시운전기사가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는 대표적인 영화로 <택시 드라이버>(마틴 스콜세지 감독·1976년작), <제 5원소>(뤽 베송 감독·1997년작) 그리고 <택시1, 2>(1998년과 2000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택시기사는 당대의 시대상을 고발하거나 인류구원의 문제나 범죄퇴치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등 활약이 대단하죠. 장르가 다르므로 담고 있는 내용이 무거울 수도, 가벼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계급적 측면으로 보아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택시기사가 모든 해결의 정점에 있도록 설정된 것은 묘한 쾌감마저 줍니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를 가장 포괄적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직업이 택시기사며, 그들이 주체적으로 참여만 한다면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까지 갖게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생각마저 안기죠.

<택시 드라이버>는 미국사회를 피투성이 폭력으로 고발합니다.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잉태된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라는 허무주의자는 대통령 암살을 꿈꾸다 12살짜리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뉴욕의 ‘하수구’(창녀촌)에서 건져 내면서 ‘사회, 너는 무얼하느냐·’고 항변하죠.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유혈이 낭자한 폭력과 그 폭력을 더욱 증폭시키는 침묵, 그리고 뉴욕 뒷골목을 훑고 지나는 재즈음악은 당시 미국사회에 출렁이던 포르노, 마약, 그리고 사회악에 무관심한 인간군상들에 대한 ‘고발장’과 같았습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니 가능한 영화였겠죠. 마틴은 <비상근무>(2000년)의 구급차를 모는 니컬러스 케이지를 통해 비인간화되어가는 뉴욕의 악마성을 고발하고자 했거든요.

뤽 베송으로 오면 작품성과는 좀 무관한 흥행물이 됩니다. <제 5 원소>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만화같은 영화에서 초능력 소녀와 ‘사랑’이라는 제 5원소를 찾기위해 방방거리는 장면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죠. 뤽베송이 확실히 택시기사를 좀 별나게 좋아하기는 합니다. <택시 1,2>에 오면 아예 택시기사와 경찰의 묘한 결합이 시도되죠. 택시기사와 경찰이 앙숙은 아닙니다만 사회질서 유지 차원에서 보면 반비례곡선을 긋는 관계거든요. 어떻게든 속도를 내어 이윤을 남겨야하는 택시기사에 반해 경찰은 그 속도를 규정에 맞게 제한시켜야 하는 입장이지요.

그러나 ‘범죄퇴치’라는 계몽적 역할의 필요성 앞에선 공조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택시기사 다니엘은 스피드광이니만큼 경찰에 협조함으로써 합법적인 질주를 할 수 있고, 경찰 에밀리앙은 다니엘의 도움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니까요.

코미디물인 <택시 1,2>는 앞서 언급된 영화와는 또 다른 시대상을 담고있기도 합니다. 자신만 안다친다면 스피드를 즐기는 것만큼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것도 없죠. 영화속 다니엘은 이런 현대인의 심리를 대리만족시켜주고 있는 셈입니다.

국내 오락프로에서는 서세원이 택시를 몰면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듣더니 최근들어선 임현식이 택시를 모는 <세상돋보기>코너에서 서민의 애환을 달래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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