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아닌 '과두정치' 가깝다"





주한 외국인 특파원들이 21세기 한국 의회정치의 비효율성과 소모적인 행태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충고를 던졌다.



주한 외국인 특파원 8명은 15일 발행된 국회보 신년호 특집 기고문을 통해 한국 국회와 지난해 4·13 총선을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정치의 독특한 현상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일본 NHK방송의 이토 료지 특파원은 “국회에서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부 답변도 듣지 않고 자리를 뜨는 의원들을 보노라면 의원 스스로가 국회의 권위를 오염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국회에 입법권이 주어져 있지만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권리와 힘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불신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토 특파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선거구 취재를 할 때 후보자로부터 두터운 봉투를 건네받을 뻔한 적도 있다”며 `촌지' 관행을 꼬집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 로저 딘 마스 특파원은 “한국의 의회정치는 민주정치보다는 과두정치에 가깝다”면서 “대다수 의원들이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요소들을 견지하거나 실행하는데 익숙하지 않고 권력의 분점, 토론, 초당파적 협력, 반대에 대한 관용 등의 관념이 결핍돼 있다”고 비판했다.



마스 특파원은 `의원 이적'에 대해서도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주의 개념을 진일보시키기보다는 한걸음 퇴보하도록 하는 행위에 관계했다”고 지적했다.



오사와 붕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 서울지국장은 일본영화 <7인의 사무라이>를 들어 “외환위기는 한국인에게 있어서 마을을 습격한 도적떼와 같은 충격이었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인들은 정권교체를 실현해 사무라이(현정권)를 고용했다”면서 “한국인들은 예리하고 현실적인 정치감각을 지녔지만 국민의 높은 요구에 정치가들이 충분히 응해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썼다.



독일 라디오방송의 마이나르두스 특파원은 “시대에 뒤떨어진 국가보안법을 아직까지 개혁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회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셈이며 정치적 성숙의 결핍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BBC방송 캐럴라인 글럭 특파원은 “지난해 새로 구성된 국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출범했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는 더욱 심화됐다”면서 “국회의원들은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



이와무라 가즈야 교도 통신 특파원은 "나 역시 지난 총선 때 지방도시에 출장가서 지역감정의 벽을 느꼈다"면서 "지역구 의원은 그 지역의 이익을 대표하는 역할을 갖고 있지만 지역이익과 국가이익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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