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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최고의 공직자 창원지검 조사관

박덕선(객원기자.독서지도사) 2001년 07월 10일 화요일

검찰청이란 말만 들어도 일없이 떨리는 나 같은 소시민이 경찰서. 검찰청. 법원을 내집처럼 드나들고 법무사.행정사.사법서사 안가본 데 없이 헤집고 다닌 지 반년이 되어 간다.
검찰청에서 피해자 대질심문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몇 끼를 못먹었다. 떨리고 무섭고 제대로 말못하게 되면 어쩌나, 쓸데없는 하소연만 하다가 정작 할말은 다 못하게 되면 어쩌나. 지은 죄 없이 사시나무 떨리듯 맘이 떨렸다. 그래서 식음전폐가 저절로 된 것이다. 위압적인 건물과 검찰청사의 깨끗한 복도는 나를 숨막히게 했다.
그렇게 찾아간 218호 황승민조사관 앞. 그날은 토요일이라 오전 9시30분까지 출석이 요구되었다. 오후 2시에 수업이 있었지만 그 시간 안에는 충분하리라는 계산하에 학생들에게 아무 연락도 없이 출석했다. 황승민조사관은 현관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인상과는 달리 조그마한 체구에 나지막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으며 절대로 눈에 힘을 주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들어도 짜증날 것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인상 한 번 안쓰고 다 듣고 꼼꼼히 체크해 주었다.
혹시라도 피해자가 빼먹고 말 못 한 건 없는지 챙기고 또 챙겨서 물어보았다. 그렇게 꼼꼼히 심문하다 보니 시간은 퇴근 시간인 한시가 지나고 두시, 세시로 달리는 데도 표정에 짜증 한 번 안 서린다. 짜증은 오히려 내가 났다. 무조건 모르쇠를 일관하는 피의자에 대한 분노 때문에 흥분하다가 치료받던 좌측 신경이 뻣뻣해져 오는데 한자리에 앉아 앞뒤 맞춰가며 이야기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점심도 못먹고 네시가 넘어 가는 데도 여전한 목소리에 여전히 꼼꼼히 챙기고 또 묻고…. 나중에는 너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네시 반이 지나서야 겨우 끝났다. 내 머리 속은 진공상태인데 조서를 정리하여 마지막 점검을 하라고 하는데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무려 23장의 조서가 나왔으니 오죽하랴.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했다. 밥도 굶어가며 그 긴 시간을 조사하면서도 인상 한 번 쓰지 않던 그 모습은 내게 검찰의 이미지를 아주 친근하게 바꿔주었다.
얼마나 떨리는 곳인가. 얼마나 오고 싶지 않은 곳인가. 권력과 힘의 한가운데라고 생각했던 곳, 시민의 반대편에 군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이 곳에서, 생전처음 오는 이곳에서 황승민조사관을 만났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참 보기 드문 공직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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