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기수, 그들에게 필요한 건 뭐? 스피드!

"자장면 시키신 분~" 4천만의 음식으로 불릴 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중국음식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런 중국집에 배달원이 없다면, 혹은 배달이 안 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중국집은 한 동네에 한 두 곳 정도 빼곤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배달이 전국의 중국집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들의 배달은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라는 고급 서비스다. 예전에는 배달은 곧 중화요리 배달이었지만 현재는 피자, 족발 등에 이어 회(밑반찬도 함께)·팥빙수까지 배달되고 있다. 배달에 국경이 사라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배달에 죽고 배달에 사는 도내 '배달의 기수'들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배달의 생명은 신속성. 불어서 배달된 자장면과 짬뽕처럼 '짬뽕 100그릇'같은 난감한 상황은 없다.

20년 넘는 배달경력을 가지고 마산 고속버스 터미널 주위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최민국(38) 씨.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만들어놓고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는 즉시 출발한다고 느낄 정도로 빠른 서비스를 자랑한다. 최씨는 "중국집 중화요리 맛은 전국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며 "얼마나 빨리 배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최씨는 배달 노하우에 대해 "준법을 하면서도 약간의 '반칙'이 섞인 현란한 오토바이 기술"이라고 귀띔했다.

배달가게 특히 중국집 배달은 그 구역이 좁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반경 800m 정도. 간혹 욕심에 구역을 넘어가기도 하지만 일반적이진 않다. 그래서 서비스로 무장한 이들에겐 남의 구역은 넘봐서도 넘어가서도 안 될 상도의 금기사항이다.

군대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피자 배달을 하고 있는 강종훈(20·대학생) 씨. 강씨는 "한 달 정도 일하니깐 수천세대인 아파트도 이제 내 집처럼 잘 찾는다"며 "하지만 유일한 단점은 이제 피자는 보기만 봐도 질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이제 회사 로고가 적힌 배달용 점퍼를 입고 친구 만나러 가는 것도 쑥스럽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한국표준연구소에 등록되어 있진 않지만 철가방은 대체로 3종류로 나뉜다. 자장면 그릇 수로 표현하면 6·8·12인분용이다.

배달의 역사와 함께 계량화 된 철가방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내용물도 변했다. 중국집에서만 쓰던 철가방이 찜이나 야식배달 등에도 쓰이고 있다. 이제 철가방이 중화요리집의 대명사에서 물러났다.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00원 할인 티켓부터 화분 선물까지 경품도 챙겨야 하는 것이 요즘 배달의 특징이다.

자칭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깊은 밤 배고픈 이들의 속을 달래주는 야식 배달맨 김성기(25) 씨. 김씨는 "눈썹 날린다는 말, 실제 경험해보면 짜릿합니다"라고 길고 긴 배달의 밤을 요약했다.

요즘은 아침을 거르는 이들을 위한 죽 배달과 국 배달 등 틈새시장이 늘어나며 많은 배달음식점이 생겨났다.

그들에게도 애환이 있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는 가장 황당한 시추에이션. 멈춰선 엘리베이터를 부여잡고 원망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18층이든 20층이든 뛰어 올라가야만 한다. 간혹 배달그릇이 없어져도 아쉬움과 함께 돌아서야 한다. 손님 집을 뒤질 순 없는 일이다.

가장 힘든 것은 추운 겨울날 배달 주문이 들어오는 것이다. 솜바지도 그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만다.

그래도 배달의 기수 때문에 한국의 외식문화가 더 다양화 되었고, 이런 문화가 독특한 한국 음식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도내 패밀리 레스토랑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확인 결과 경남지역에 위치한 VIPS, 아웃백 스테이크, TGI 프라이데이 등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 원칙적으로 배달을 하지 않고 있다. 예외적으로 베니건스의 경우 단체손님일 경우 배달을 하고 있다.

반면 동네 팥빙수가게는 대부분 얼음이 녹지 않는 거리만큼 배달이 된다. 여름이 다가 오기 전 동네 팥빙수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챙길 일이다.

아까워라! 남은 배달음식 응용법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은 아까워도 미련을 버리고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정집에서 남은 음식은 눈치 보지 않고 '처리'하기 쉽다. '환경을 위해서'라는 강력한 자기최면도 걸 수 있다. 대표적 배달음식에 '생명연장의 꿈'을 선물하자.

   
 
  치킨  
 
치킨. 치킨은 식으면 수분이 빠져나와 튀김옷이 눅눅해진다. 그래서 프라이드는 키친타월에 싸서, 양념은 전자레인지에 돌려 수분을 제거한 후 냉장 보관한다. 1주일은 거뜬하다. 생각날 때 꺼내서 '케이준 샐러드'를 해먹으면 좋다. 채소와 섞어 소스를 뿌려먹는다.

탕수육. 식은 탕수육은 소스와 분리해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했다가 잡채요리를 해먹을 때 얹어먹으면 맛도 영양도 일품.

족발. 족발은 지퍼백에 공기를 빼고 보관하는 것이 생명. 어차피 첫 맛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샐러드와 섞어 간장소스를 뿌려 먹으면 또 다른 족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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