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니· 미술에서 세밀화는 예전부터 있어 왔고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그림책에 세밀화 기법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속에 세밀화가 관심을 끌고 알려지게 된 것은 이태수라는 작가부터였단다.

작가가 첫 아이를 낳은 91년 아이에게 기초적인 사물을 그린 책을 사주려고 했는데 그런 것을 구할 수가 없었다는구나. 그래서 그리기 시작한 것이 세밀화이고 그를 중심으로 심조원·권혁도 등 작가들이 모여 세밀화를 그리기 시작했어. 그래서 나온 책이 <달팽이 과학 동화>였거든. 유아들이 볼 수 있는 자연, 생태를 중심으로 한 과학그림책 맨 뒤에 이들이 그린 세밀화가 그려져 있지. 이렇게 그린 그림들을 모아 1살부터 볼 수 있는 그림책이 <보리 아기 그림책>과 <아기 벽 그림> <세밀화로 그린 식물도감, 동물도감>인데 여기서 나오는 동·식물 하나하나를 그릴 때 보통 열흘에서 보름이 걸렸다고 해.

세밀화와 사진이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 작가들은 이토록 힘들게 그려서 책을 만들까· 세밀화는 사람이 사물을 보는 모습과 가장 가깝게 그린거야. 사진은 기계의 눈으로 본 것이지. 그래서 빛이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고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사진에서 사물은 다르게 나타난단다. 때론 필요하지 않은 배경까지 끼여들기도 하지. 그러나 세밀화는 그리는 사람이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전체가 다 잘 보이도록 그릴 수 있는 것이지. 즉 사진이 세밀화의 느낌을 주려면 사물의 부분부분을 찍은 사진 60장을 합성해야 얻을 수 있다고 해.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그림책이 좋은 점은 작고 간단한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되게 되어 있다는 거야. 흔히 부모들이 아기들에게 8개월이 지나면서 그림책 카드를 보여 주는데 카드는 놀이기구는 될지언정 학습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그러나 아기그림책은 한쪽에는 사물을 그린 세밀화가 있고 또 한쪽에는 그 사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나와. 아기가 말을 익히는 것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그 단어의 사용처와 방법을 익히게 되는 거지. 마치 우리가 영어공부를 할 때 단어만 따로 외우는 것보다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익히면 더욱 잘 익혀지는 것처럼. 이렇게 한쪽에서는 사물을 보고 또 한쪽에서는 그 사물이 사용되는 문장을 익히면서 아기들은 자연스럽게 말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

이 세밀화로 그린 아기그림책이 나온 후 우리 부모들이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어. 세밀화가 이런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 아기들에게 보여주었던 단순화는 필요없는 것일까하고.

그렇다고 단순화와 세밀화 중 어느 것이 낫다고 말할 수는 없지. 두 종류의 그림 모두 서로 장단점이 있으니까. 단순화는 아이들이 사물의 특징을 익히는데 좋아. 예를 들어 토끼는 귀가 큰 것, 사과는 둥근 것 등 사물의 가장 기초적 특징을 익힐 수 있다는 것야. 그러나 이것만 보아온 아기들은 실제 토끼와 사과를 보았을 때 토끼와 사과를 알게 하기는 어려워. 세밀화를 보았을 때 정확히 토끼와 사과를 알 수 있어. 따라서 단순화와 세밀화를 모두 알맞게 보여주는 것이 아기들에게 가장 좋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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