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분단 55년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화해협력관계로 바뀌는 획기적 성과를 거둔 한 해였습니다. 정부는 올해에도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6·15남북공동선언을 성실하게 실천,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루어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남북장관급회담을 중심협의체로 삼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과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등을 균형있게 추진하면서 분야별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실질적·제도적 인프라를 만드는 일에 힘쓰겠습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서신교환 확대, 면회소 설치 등 제도적 장치를 꼭 마련하겠습니다.”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들려주는 정부의 새해 대북정책의 큰 방향은 ‘남북화해 분위기’를 적극 활용,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틀을 다진다는 것.



정부는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국민적 지지와 합의가 중요하다고 보고 국회와의 협조는 물론 각계각층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 한 해도 매우 바쁠 것 같습니다. 3차 남북적십자회담을 비롯해 이산가족방문단교환, 5차 남북장관급회담, 경협추진위 2차 회의, 북측의 한라산관광단 방문 등의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빈틈없이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이산가족상봉은 지난해 12월 4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2월 하순께 3차 이산가족방문단(100명)이 남북을 오가며 1·2월 중 각 100명씩 시범적으로 생사·주소확인을 하게 됩니다. 이어 3월엔 300명쯤 편지교환도 이뤄지고요. 미국·중국·일본 등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북한도 경제적 실리를 찾는 방향으로 나오고 있어 남북관계가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봅니다.”



박 장관은 최근 북한이 3차 적십자회담을 서두르는 등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어 모든 일정이 잘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4차 장관급회담 때의 뒷얘기를 들려주며 그 때 회담지연에 대한 남쪽의 우려를 전하면서 올 봄까진 제반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하반기부터 경제협력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여러번 강조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박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적절한 때가 되면 방문시기를 포함한 절차문제에 대해 남북 당국자간의 실무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의 하나로 지난해 9월18일부터 공사가 시작된 경의선 철도연결공사와 문산~개성 도로개설사업은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오는 9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간뿐 아니라 대륙과 대양을 잇는 수송망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경의선 철도연결 사업은 경제적 이익은 물론 공사과정에서 남북 군사당국자들간의 실무대화가 필요해 지난해 11월 열기로 한 뒤 미뤄지고 있는 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상호 부대이동통보 △군인사·정보교류 △남북군사직통전화 설치 등 군사적 신뢰구축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방안들이 착착 마련될 겁니다.”



정부는 이같은 군사적 긴장완화를 통해 민간차원의 경제협력 확대와 ‘남북경제공동체’를 구성한다는 밑그림도 그려 놓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해 경의선철도·도로연결사업 착공과 투자보장 등 4개 합의서가 만들어졌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중이어서 전망이 밝은 것으로 내다봤다.



“화해분위기 조성에 힘입어 지난해 남북교역규모는 4억2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등 크게 늘었고 민간차원에선 대북투자여건 개선을 앞당길 개성공단 조성사업이 시작됐습니다. 개성공단사업은 지난해 11~12월 예정지 측량과 지질조사를 끝냈으며 올 상반기 중 1단계(100만평) 공사가 시작됩니다. 정부는 올해에도 4개 합의서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하고 통행·통신 등 남북경협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입니다.”



박 장관은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회문화분야 교류가 경협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학술·문화·체육·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교류가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평축구대회 부활과 남북태권도 교류, 교수·대학생·문화계 인사들의 상호방문 등 남북합의 사항외 실현가능성이 큰 사업을 적극 찾아내 지원하겠다는 게 박 장관의 구상이다.



박 장관은 지난해 대북정책을 두고 ‘북한에 주기만 하고 받은 것은 없다’는 이른바 ‘퍼주기’비판에 대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북한에 계속되는 한 국민적 합의가 밑바탕된 합리적 방법으로 성의껏 지원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입장”이라며 앞으론 1회성 지원보다 농업개발·산림복구 등 북한이 생산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통일방안에 대한 정부의 기본입장엔 변화가 없으며 주한미군 철수 등이 남북간 쟁점이 될 소지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방안 △국가보안법 폐지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진 않을 겁니다. 특히 통일방안과 관련, 연방제를 언급하고는 있으나 ‘고려연방제’가 아니라 오히려 정상회담 때 합의한 상호 체제인정과 공존을 전제로 통일을 꾀해야 한다는 우리쪽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부모 제삿날에도 고향(마산)에 못갈 정도로 바빴다는 박 장관은 모자라는 잠을 이동 중 차안에서 보충하며 짬이 나면 서울시내를 거닐며 사색에 잠긴다고 들려줬다. 실향민인 듯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수고 많이 한다’는 인사를 건네오면 보람을 느낀단다. 그는 장관 취임 뒤 남북회담 관련 책들을 틈날 때마다 보며 특히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행한 <협상법>을 되풀이해 읽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경남도민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줘 큰 힘이 됐으며 올해에도 더 많은 격려를 보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더불어 경남도와 도내 기업관계자들의 방북이 빨리 이뤄져 남북 지방자치단체간 교류가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물론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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