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군 대산면 평림리 취무마을 당산나무가 배수지 증설사업이라는 공익에게 자리를 아름답게 양보하고 옮겨가던 날 퍼부은 눈은 비록 큰 불편과 괴로움을 준 폭설이긴 했지만, 동시(童詩) 한 편을 교훈적으로 떠오르게도 했습니다.

‘논밭들도 / 누가 더 넓은가 / 나누기를 멈추었다. // 도로들도 누가 더 긴지 / 재보기를 그만 두었다. // 예쁜색 자랑하던 / 지붕들도 / 뽐내기를 그쳤다. // 모두가 / 욕심을 버린 / 하얗게 눈이 오는 날.’

이문희 시인의 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품인 이 <눈 오는 날>을 그동안 ‘당산나무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인내를 갖고 애써준 관?민에게 선물로 안겨주고 싶습니다. ‘당산나무 화합’을 축하하는 눈이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내것만을 고집하지 않았던 하얀 승리를 새기어 본 속 깊은 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희망에도 소질이 있습니다. 그 소질이 함안 전체의 힘이 되길 빌어 봅니다.

 

폭설도 묻다 묻다 안돼
얼룩 남겨 뒀지 싶은
여의도 붕당 터전에도
당산나무를 심어 볼거나
욕심 좀
하얗게 버릴 줄 알게
눈 오는 날 심어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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