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토종 맛" 입소문, 체인점 개설 성패

입소문 난 지역 맛집들이 음식노하우와 철저한 마케팅으로 전국 음식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IMF외환위기이후 음식점창업자들이 늘면서 지역에 체인점을 만들어갔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음식 맛부터 인테리어까지 덩치로 밀어붙이는 서울·부산발 거대음식점과도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철저해지고 강해졌다. 지역에서 입소문 난 맛집들의 전국체인점 도전 사례와 성공비결을 짚어봤다.

△뭐니뭐니해도 맛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창원 용호동에 있는 '백光제 계삼탕'이다. 13년 전 터전을 잡았고 서서히 입소문이 퍼지면서 1년 여 만에 삼계탕 전문점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여름이면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미안한 마음에 서혜연 대표는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가게 입구에 마루와 커피자판기, 담쟁이 넝쿨을 조성해 휴식공간으로 마련할 정도였다.

서비스·인테리어·철저한 마케팅도 필수...가족단위 손님 위한 어린아이 음식도 갖춰야

서울발, 부산발 거대음식점들이 연예인의 지명도나 화려한 인테리어로 승부수를 거는데 반해 지역 토종 맛집들은 단연 음식 맛을 첫 번째로 내세운다.

체인점을 여는 계기도 맛을 전수하고 싶어하는 단골손님들의 요청에 따른 것.

'백光제 계삼탕' 서혜연 대표 역시 결국은 맛이라는 데 공감했다. '백光제 계삼탕'은 햇닭 100여 마리와 찹쌀, 인삼, 밤, 대추를 넣고 통째로 고아 색깔이 뽀얗게 우러날 뿐만 아니라 국물맛이 담백하면서도 깔끔하다.

서혜연 대표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며 닭국물맛의 비결을 묻는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몇 해를 고심하다 올해부터 체인점을 개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光제 계삼탕'은 현재 진해, 사천, 울산, 부산 등지에 체인점 개설을 추진중이다.

한 달에 한 두 개 정도 체인점을 개설한다는 함안에 있는 '하동장작국밥집'도 같은 사연으로 체인점을 연 경우. 현재 마산을 비롯해 창원 등지로 체인점을 늘리고 있다.

참나무 불로 은근히 국물을 우려낸다는 독특한 방식이 소문 나 평일에만 400여명이 찾을 정도. 사장이 직접 창녕 도살장을 운영하며 체인점에 신선한 고기를 대주고 방법도 전수한다. 현재 울산, 의령, 마산, 창원, 대전 등 전국적으로 32곳이 성업하고 있다.

함안 '하동장작국밥'.
△서비스, 인테리어 통일성 있게

첫 번째가 맛이라면 두 번째는 서비스와 인테리어 등 마케팅 전략이다. '백光제 계삼탕'의 경우 계삼탕이라는 백제 의자왕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사용한 삼계탕의 어원을 사용했다.

이름과 걸맞게 인테리어와 종업원들의 분위기도 전통미와 자연미가 물씬 풍긴다. 벽은 한지로 소박한 멋을 연출하고 종업원들도 생활한복을 입고 서비스한다. 서 대표는 "본점이 체인점의 동반성장을 도와야 한다"며 "서비스부터 인테리어까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손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마산에서 첫발을 내디딘 '반달집' 또한 서비스와 인테리어를 본점과 동일하게 연출해 어디를 가나 믿고 찾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인 체인점이다. 마산 반월동 시장에서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현재 마산 내서, 창원, 진해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IMF이후 도내 음식점의 체인화 열풍 때와는 차이가 난다. IMF 당시에는 종류도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갈비·피자 가게가 대부분이었으며 '종가집 갈비', '피자써클', '마우스피자'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역은 경남·울산·부산지역으로 한정됐고, 음식 노하우와 조리방법만 간단히 전하고 마케팅 등 나머지 부분은 체인점을 여는 당사자에게 맡기는 형태였다.

한국음식업중앙회 경남도지회 김종국 과장은 "IMF 직후에는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음식점에 체인점을 열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수준에 그쳤다"며 "최근 들어서는 비법만 전수하던 체인점 늘리기 전략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라고 밝혔다.

△가족단위, 신세대 입맛 맞춰야

체인점이 되려면 가족단위 손님들이 급증함에 따라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백光제 계삼탕' 서 대표가 계삼탕이라는 메인 메뉴에 전기로 굽고 살짝 튀겨 깔끔하게 내는 영계구이를 추가한 이유다.

서 대표는 "한 종류 음식만 고집하면 자칫 시대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뒤처질 수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늘어 아이들의 입맛도 어느 정도 감안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덩치로 승부하는 음식점은 늘고 고집있는 맛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게 최근의 추세다. 하지만 토종의 맛이 보장되는 지역의 입소문난 맛집들의 체인점화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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