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앞에 자만하지 마라

'무엇을 먹을까' 갈수록 깊어지는 고민입니다. 특히 결혼 후에는, 최소 한 끼는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중대 업무가 주어집니다. 이번에 신설되는 '요리쿵 조리쿵' 코너에서는 초보 요리사의 요절복통 도전기부터 맞벌이 부부의 현대요리백서, 아내와 남편의 요리쟁탈전까지 '생활 속 요리 이야기'를 초보요리사의 눈으로 담아봅니다.

 

   
 
 

"엄마, 콩나물은 얼마나 삶으면 되는데요?" "딱 봐서 익었다 싶으면 꺼내면 된다."

"그러니까, 익었다는 게 어느 정돈데?" "손톱으로 찔렀을 때 콩나물 살이 푹 들어가면 된다."

"그럼 양념은?" "소금이랑 참기름 좀 넣고 무치면 되지."

"구체적으로 얼만큼?" "양 따라 입맛 따라 다른데 그걸 어떻게 말로 하노, 봐야 알지."

신혼 초 엄마와의 전화통화다. 그렇다. 나물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은 30년 넘게 만들어본 '엄마의 손'만이 안다. 명절 때면 10가지가 넘는 나물이 상에 오른다. '그 나물에 그 밥'같은 나물이지만 나물마다 삶는 시간, 양념, 무치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것을 결혼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결혼 4년 차이지만 그동안 나물에 얽힌 사연은 두 손에 꼽기도 모자랄 지경이다.

나물이 나에게 던진 첫 번째 도전과제는 시간조절. 가장 만만해 보였던 콩나물을 시도하기 위해 결혼 전 엄마 어깨너머로 봤던 방법을 실천에 옮겼다. 완성된 콩나물을 한 입 넣고 씹는 순간 아삭한 소리가 과하다 싶더니 쓴 맛과 비린 맛이 교차하며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랬군, 생콩나물 맛이 이랬구나.'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시간조절이 해결됐을 즈음, 양념이라는 두 번째 도전과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파릇파릇해야 할 시금치 나물이 하루만에 검푸르게 변하지 않는가. 아니, 삶을 때 소금을 넣으면 파란빛이 오래간다더니 왜 이런가. 한동안 잊고 있다 얼마전 시어머니가 미나리 나물을 무치다 던지신 한마디에 깨달았다. "아가, 고사리 같은 색깔 짙은 나물은 국간장으로 양념해도 되지만 파란 나물은 간장 양념을 하면 색깔이 변한단다. 소금이랑 참기름으로 무쳐라."

결혼 후 첫 명절을 맞은 날. 남은 음식을 이리 저리 담는데 형님의 한마디가 나물에 얽힌 또 다른 비밀을 풀어내지 않는가. "동서, 볶는 나물과 삶는 나물은 따로 담아야 안 쉬거든."

그제야 알았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나물은 삶은 나물이었고 그 외에도 볶아 먹는 나물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제 한번 해먹어 봤으면 고민하고 있었던 말린 나물(애호박, 가지, 취나물, 고춧잎 등)도 볶아 먹는다는 것을.

<말린 나물 볶기>

1.나물 삶기 - 끓는 물에 삶은 뒤 불에서 내려 그 물에 30분 정도 더 담가둔다. 그래야 나물이 부드러워지고 쓴맛이 없어진다.

2.양념하기 - 양념을 따로 만들어 무친 후 볶는다. 미리 양념장을 만들어 나물을 무친 뒤 볶아주어야 간이 알맞다.

3.볶기 - 재빨리 볶고 불을 끈 뒤 마무리한다. 들기름이나 올리브유 등을 두른 뒤 기름이 지글지글 올라올 만큼 센 불이 되면 나물을 붓고 재빨리 볶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