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주에도 식도(食道)가 있다...식사 전 3잔 이하로 맛 돋우고 소화 촉진

예부터 반가의 남정네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반주(飯酒) 석잔을 하였고 잔이 없을 때는 밥 주발 뚜껑에 엄지가 닿지 않도록 따라 석잔을 마셨다.

반주 석잔의 의미는 첫째, 식도(食道)를 연다, 둘째, 술의 산미(酸味)로 구미(口味)를 돋운다, 셋째, 소화를 촉진시킨다는 의미였으며 술 석잔이 넘으면 반주로 부르지 않았다.

반상에는 원반, 네모반, 팔모반 등이 쓰였으며 또한 음식마다 담는 그릇이 정해져 있고 먹을 때는 예절을 지켜야 했다.

밥은 주발, 국은 사발, 김치는 보시기에 담고 조치(찌개)는 조치 보에, 장은 종지에 담아 그 크기를 각각 구별하여 주고 그 외의 반찬은 같은 쟁첩에 담아낸다.

수저는 상의 오른쪽 앞에 숟가락이 앞으로 오도록 놓고 앞줄 중앙의 왼쪽에 밥을, 오른쪽에는 국을 놓고 찌개는 국그릇 뒤쪽에 놓는다.

상의 맨 뒷줄에는 김치를 놓고 김치보시기의 앞쪽으로 반찬을 담은 쟁첩을 늘어놓는다. 밑반찬이나 나물, 생채 등 차가운 반찬은 왼쪽에 놓고 전이나 구이, 조림, 숙채 등 더운 찬은 오른쪽으로 먹기 좋게 놓는다.

전통적인 상차림은 독상이 기본으로 수저와 국, 밥을 올렸다.

반찬의 종류를 정할 때는 재료와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빛깔과 영양도 고려해서 정한다.

한상에 차려내는 반상차림은 오미(五味), 오색(五色), 오향(五香), 오감(五感), 오행(五行)이 어우러져 종합 건강식단이라 할 것이다.

반상의 배선은 수저는 상의 오른쪽에 숟가락이 앞쪽, 젓가락은 뒤쪽에 위치하도록 하고 상 끝에서 2~3cm 나가게 한다.

중국과 한국은 수저를 세로로 놓고 일본은 가로로 놓는다. 중국과 일본은 식사를 하는데, 숟가락 사용을 우리처럼 하지도 않고 젓가락과 나란히 놓지도 않는다.

중국과 한국, 일본이 젓가락의 길이가 다 다르다. 그 이유는 각기 다른 식생활의 영향 때문이다.

중국은 음식을 큰 접시에 모둠으로 담아 상의 가운데에 놓고 각 앞 접시에 음식을 옮겨 담아 먹기 때문에 젓가락이 길다.

한국은 수저가 모두 음식을 그릇에서 입까지 가져가는 도구다.

그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의 이용 횟수가 많다. 그래서 한국의 젓가락은 숟가락의 길이와 일치하며 중국보다 짧고 일본보다 긴 중간치다. 일본은 음식을 나르는 도구가 공기고 젓가락은 단순히 음식의 건더기를 입안으로 쓸어 넣는 도구라 짧다.

밥은 상 앞줄 왼쪽, 국은 오른쪽, 그리고 찌개는 국 뒤쪽에 놓는다. 김치는 상 뒷줄에 놓고 김치 중에서 국물김치는 오른쪽에 오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더운 음식인 국, 찌개, 구이, 전 등은 오른쪽에 놓는다.

전골이나 찌개는 반상에 올려놓지 않고 반드시 전골 상에 올려놓아 가족 앞앞으로 국자로 전골이나 찌개를 알맞은 양을 떠먹도록 되어 있지, 지금처럼 모든 식구가 전골이나 찌개 그릇에 수저를 넣어 먹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는 일하는 머슴이나 아녀자들이나 하던 행위다.

아쉬운 것은 사회의 신분계층이 무너지고 일제 36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소식문화에서 대식문화로 바뀌면서 최소한 밥상문화에서는 전 국민 상놈화로 평준화 되면서 국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전통 식문화인양 인식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 고유한 일상 식은 반가의 반상차림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볼 때, 국, 찬은 밥 한 그릇 먹기에 알맞은 양을 담았다. 반찬을 담는 쟁첩의 크기가 대략 지름 9.5cm, 깊이 1.5cm로 찬의 양이 젓가락으로 서너 첨 집어 먹을 양이었다.

먼저 밥을 뜨기 전에 국이나 물김치를 한 두술 떠먹는 것이 관례이며, 식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숟가락은 상에 내려놓지 말고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올려놓아 식사를 계속하고 있음을 알린다.

조선이 망하고 계급사회가 무너져 양반계층이 붕괴된 이후 일제 36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질(質) 위주로 먹던 식생활이 양(量) 위주로 먹게 되면서 우리의 전개 형 반상차림이 잔반이 많이 발생하는 불합리한 식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우리의 '푸짐하다'는 표현은 결코 일상 식 식단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손님을 초대하는 잔치음식에서나 적용되었던 말이다.

밥풀 하나 쌀 한 톨이라도 허비하면 죄악시 해왔던 우리 조상들의 정서로 볼 때 오늘날 잔반이 많이 나오는 식단이 우리의 전통 식생활로 인식되는 것은 우리 고유한 전통 식생활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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