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천국...양보다 특화된 질로 승부 개인적 공간 늘려 고급화

10년 전만 해도 뷔페의 화려함을 맛보기 위해 친척들의 결혼식이나 돌잔치가 기다려지곤 했다. 한번 먹어 볼까 말까한 일식, 중식, 한식요리 속에 푹 빠져 좋아 어쩔 줄 몰라했던 건 어른이나 아이나 매 한가지. 뷔페는 어떤 누구의 입맛도 겨냥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귀한 손님을 위한 추천장소로 손꼽히곤 했다. 특히 대학가에 들어선 고기 뷔페는 혈기 넘치는 복학생들과 먹성이 한창일 때인 고등학생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10년 새 손님들의 입맛은 까다로워졌다. 맛과 가격은 기본이고 분위기까지 겸비해야 한다. 경쟁업체들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까지 가열되면서 최근 도내 뷔페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판단 아래 맛에서부터 공간에 이르기까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그 변화의 몸짓을 들여다봤다.

△맛 특화하기

마산 석전동에 있는 '포시즌 뷔페'가 최근 예식장 뷔페 공간 한 편을 '초밥과 샐러드 뷔페'로 전환했다. 20여개에 이르는 초밥과 샐러드가 젊은 여성들의 점심시간을 유혹한다. 단 하객이 없는 평일 점심시간만이다. 재즈음악이 흐르고 공간도 화이트 계열로 통일했다. 지배인은 여성고객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웰빙을 겨냥한 뷔페의 특화는 2년 전 창원 용호동 용지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한 뷔페에서 첫 선을 보였다. '웰빙 야채뷔페'라는 이름을 내건 이 곳은 고기같이 보이지만 진짜 고기는 하나도 없다. 고기를 흉내낸 콩요리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특화된 뷔페인 셈이다.

최근 마산 오동동 리베라호텔 뷔페도 이 대열에 뛰어들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수도권에 이어 대구 부산까지 유행을 타고 있는 일명 '해물뷔페'를 잇기 위해서다.

뷔페 음식 자체를 바꾸는 추세와 함께 음식의 고급화 전략도 잇따르고 있다. 창원에 거대 뷔페시장이 형성되면서 가장 각광을 받았던 것이 바로 즉석코너. '뷔페에서만은 신선한 재료를 바로 맛보는 즐거움은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는 전략이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마산 대우백화점 '그랜드 뷔페'는 즉석음식 비율이 전체 음식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즉석음식 공간은 음식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손님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탁 트여 있다. 또한 참 맛을 보려는 손님들의 입맛도 맞춰주기 위해 즉석음식 공간을 마련했다고 지배인은 설명했다.

△공간의 재구성


가격은 한정식 수준이긴 한데 번잡하고 시끄러워 정신없다는 인상이 짙었던 뷔페. 맛은 둘째치고 분위기 때문에 꺼리기 일쑤였다. 뷔페들이 이런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바로 공간의 재구성이다.

창원 중앙동의 한 뷔페는 최근 노래방과 연계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계모임을 하는 중년여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싼 가격에 뒤풀이까지 겸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중년여성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절정을 이뤘다 사라진 고기뷔페도 가족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젊은 부부가 몰려있는 마산 내서 삼계 한 고기뷔페전문점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을 마련해 가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한 젊은 부부는 "삼겹살 등은 뒷정리가 귀찮아 밖에서 먹고 싶다가도 비싸서 머뭇거리게 된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는 더욱 더 마땅치 않았는데 값도 싼 데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어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는 각오해야 했던 뷔페. 개인공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도 최근 추세다.

창원 캐슬 뷔페, 마산대우백화점 그랜드 뷔페 등 최근에 들어선 대형 뷔페들의 공간적 특징은 작은 공간 수를 최대한 늘렸다는 점이다. 음식도 작은 그릇에 미리 담아 하나씩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뷔페만의 장점은 살리되 그들만의 공간, 그들만의 음식을 따로 마련함으로써 이미지를 고급화하려는 전략이다.

이런 경향은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 다각적으로 따지는 최근 음식문화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한 뷔페 관계자는 "뷔페는 미처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지만 분위기는 뒤따르지 못해 손님들의 불만이 잇따랐다"며 "이러한 경쟁은 최근 마산·창원에 뷔페 음식점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지만 맛, 분위기 등 다양함을 요구하는 손님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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