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곰탕 안 먹었으면 마산 갔다왔다고 말하지 말라"

△설렁탕은 깍두기가 맛있어야

설렁탕은 아무래도 서울식이 주류를 이룬다.

설렁탕으로 유명한 집은 이문설렁탕 등 종로의 설렁탕 집들 말고도 대전역 앞 중동 골목 안에 있는 '한밭식당'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다.

한밭식당(주인 피금순 : 대전광역시 동구 중동 60-1, 전화 (042)256-1565)은 6·25 한국전쟁 때 강복순 할머니가 피란 내려와 시작한 설렁탕 집으로 설렁탕도 설렁탕이지만 큼직큼직하게 썬 깍두기가 유명하다.

깍두기하면 서울깍두기집이 생길 정도로 서울이 맛있다고 하나, 사실 깍두기는 궁중음식이 대전 옆 공주에서 민간에 퍼지기 시작한 음식이다.

1940년 홍선표가 쓴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 보면 조선 정조(正祖 1770~1800년)의 사위인 영명위(永明慰) 홍현주(洪 顯周)의 부인(숙선옹주 : 淑善翁主)이 임금에게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올릴 때 처음으로 깍두기를 담가 올려 크게 칭찬을 받았다. 당시에는 각독기(刻毒氣)라 하였고 이후에 여염집까지 퍼졌다.

당시 공주에 내려 온 궁궐의 대신이 깍두기를 담가 먹으면서 민간에 처음으로 퍼지기 시작해 공주깍두기가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궁중에서 만들어진 깍두기가 설렁탕에 없어서는 안될 음식이 되었고, 한밭식당은 설렁탕 맛도 맛이려니와 깍두기 맛이 유명했던 집이다.

△곰탕으로 이름난 집들

곰탕은 나주곰탕과 마산곰탕, 부산곰탕이 유명하다.

나주곰탕은 머리고기와 양지머리, 사태를 넣고 24시간 푹 고아 국물을 내는데, 국물이 맑고 그 뒷맛이 깔끔하다.

최근에는 드라마 주몽으로 인해 나주곰탕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나주곰탕은 3대를 이어 그 맛을 이어오고 있는 '하얀집'(대표 길한수 : 전남 나주시 중앙동 48-17, 전화 (061)333-4292) 곰탕 맛이 담백한 것이 뒷맛이 깔끔하다.

부산곰탕은 일제시대 때부터 그 명성이 대단했다. 초량의 욕쟁이 할머니가 하는 곰탕집은 손님들이 욕을 먹어가면서도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그 이유는 입으로는 욕을 할망정 곰탕 그릇에 머리고기나 양지, 사태 등 고기를 듬뿍 넣어 그 인심에 반해 손님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곰탕은 해방 전부터 부산에서는 가정집에서도 흔히 해 먹던 음식이다.

해방 전부터 유명했던 영주동의 '울산집'이 곰탕과 소주가 유명했고, 장춘여관(長春旅館) 뒤의 '하동집' 역시 곰탕을 잘 끓였다. 특히 '하동집'은 자기 집에서 재래식으로 담근 소주가 유명했다고 하며, 이 소주를 작은 술잔 한잔에 10전(錢)으로 당시의 값으로는 적은 돈이 아니었는데, 부산의 많은 주당들은 이 집의 소주 맛과 곰탕 맛을 잊지 못하고 자주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영주동 입구 '청관(靑館)'에 위치해 있던 '청송관(靑松館)'도 곰탕을 전문으로 했는데, 이 집은 하루 200그릇분만을 장만해 놓고 그 양을 다 팔면 문을 닫아 당시 이 집 곰탕의 맛이 진미로 소문 나 있었다고 한다.

부산곰탕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외국인 젊은 선교사가 갑자기 사고로 미국인이 경영하는 제중원(제중의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이 선교사는 병원에서 제공되는 한식 위주의 병원식에 식상해 미국의 수프(soup)를 먹고 싶어 병원 측에 간청하게 되었고, 당시에 양식을 하는 레스토랑이 없는지라 고민하던 병원 간호사가 곰탕집에 가서 곰탕을 시켜 걸쭉한 국물을 수프(soup)대신 내놓았는데, 이 젊은 선교사가 맛있게 먹고 회복도 다른 이들보다 빨라져 퇴원했다고 한다.

한편 부산의 광복동에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도라무 집이라 불리던 곳('천안곰탕집'-대표 한상숙 : 부산광역시 중구 광복동 1가 5, 전화 (051)245-5695)이 있다.

황해도에서 6·25때 월남한 김효진(73) 할아버지가 도라무 화덕에 연탄불을 피워 그 위에 곰탕을 뜨겁게 끓여가며 먹도록 하여 도라무 집이라 불리다 '천안곰탕'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부산의 곰탕은 다른 지역에 비해 국물이 걸쭉하다.

옛 부산사람들은 곰탕 한 그릇에 소주 잔술을 시켜 안주로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신 다음 그 이튿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곰탕집을 찾기도 했다고 한다.

△ "마산곰탕 안 먹었으면 마산 갔다왔다고 말하지 말라"

마산곰탕은 지금으로부터 90여년전 마산시 동성동 뒷골목 허름한 집에서 박복년 할머니가 국물을 담백하게 내 그 명성이 서울은 물론 마산을 찾는 전국의 객지 사람들이 '마산곰탕을 먹지 않았으면 마산에 갔다 왔다고 하지 말라'고 할 정도로 유명하게 되었다.

지금은 작고하고 안 계시지만 소설가이시며 식도락가이신 고 백파 홍성유 선생께서도 필자에게 마산의 아귀찜이 유명하지만 정작 마산의 맛은 마산곰탕을 안주로 한 무학 소주 맛이라고 할 정도였다.

마산에는 지금도 곰탕집이 여러 집 있다. 굳이 곰탕집이라는 간판을 걸지 않았어도 재래시장 허름한 식당에 가도 곰탕을 말아 파는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곰탕은 뭐니뭐니해도 좋은 고기를 쓰고 육수를 잘 내는 것이 비결이다. 그리고 곰탕집을 제대로 하는 집들은 대부분 맛있는 수육이 있다. 애주가들이 곰탕집을 자주 찾는 것은, 두서넛이 친구하여 수육 한 접시 시켜 소주를 마시고 곰탕을 시키면 요기는 물론 해장까지 거뜬하니 이 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게다.

20여년 동안 마산곰탕 맛을 이어 온 마산 창동 코아양과에서 어시장 방향 대신증권 앞 '전통곰탕'(대표 이양호 : 경남 마산시 남성동 1-1, 전화 (055)248-6162)집의 곰탕 맛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있다.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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