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재심 공판...사형 8명 명예회복 '고개 숙인 사법부'
"이수병. 무죄! 서도원. 무죄! 하재완. 무죄! 김용원. 무죄! ……."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인혁당 재건위)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고 이수병씨 등 관련자 8명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는 순간이다. 사형이 집행된지 꼭 32년만이다. <관련기사 3면>
재판부는 또 각 피고인들이 인혁당 재건을 위한 반국가단체를 구성했다는 혐의를 비롯, 여정남씨의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배후조종 혐의와 송상진, 하도원씨가 북한 방송을 청취해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아울러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받은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는 당시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을 때 자유로운 상태에서 작성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청학련을 조종해 정부 전복을 시도하고,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려 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는 "유신정권 이후 긴급조치가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형이 폐지된 상태"라며 유·무죄 판결 대신 소송을 종결하는 면소 판결을 내린다고 판결문은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통해 인혁당 재건위와 민청학련이 모두 반국가 단체고, 피고인들에게 내란을 음모할 혐의가 있다는 공소사실은 증거가 없으며, 이를 토대로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단 여정남씨의 국보법 위반 혐의 중 '반독재 구국선언' 혐의는 다른 재판에 병합돼 유죄가 확정된 점과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 등을 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974년 4월 중앙정보부가 민청학련을 수사하면서 배후 조종세력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한 사건이다.
고 이수병씨 등 8명은 이듬해 4월 8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고, 18시간만인 이튿날 사형이 집행됐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판결로 독재정권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사형 선고를 받고, 대법원 상고 기각 후 곧바로 사형된 8명에 대한 명예를 회복시킨 동시에 '사법살인',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비난받았던 과거 잘못을 공식 인정한 셈이 됐다.
더불어 이번 판결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독재에 반대한 사람들에게 고문 등으로 누명을 씌워 '사법 살인'을 자행한 국가지도자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지난 2005년 유족들이 2002년 12월 낸 재심 청구를 3년 만에 받아들여 재판을 진행해 왔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말 결심공판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면서 이례적으로 구형을 하지 않고 논고를 마쳐 눈길을 끌었었다.
한편 <경남도민일보>는 창간 이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해 왔고, 도내에서는 드물게 열린사회희망연대(당시 상임대표 김영만)와 큰들문화센터(대표 전민규) 등 단체들이 이같은 목소리에 동참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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