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 경험없는 노-사 '막다른 선택'


지난해 5월 이후 도내 자동차운전전문학원 곳곳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이 중 한군데는 폐업했으며 다른 한군데는 노조가 자진해산했다. 한군데는 위장폐업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학원계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강사 등과 임시직이 많아 상대적으로 노동운동의 경험이 적다 보니 노동자나 사업주 모두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자동차학원 노사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의 시각이다.

지난해 5월 이후 도내 자동차운전전문학원 곳곳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이 중 한군데는 폐업했으며 다른 한군데는 노조가 자진해산했다. 한군데는 위장폐업 여부를 둘러싸고 노사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학원계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시간강사 등이 많은데다 임시직 등이 많아 상대적으로 노동운동의 경험이 적다 보니 노동자나 사업주 모두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자동차학원 노사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 시각이다.

□김해자동차운전전문학원
김해자동차운전전문학원 노조는 지난해 5월 2일 조합원 19명으로 설립됐다. 당시 노조는 “사측에서 근로기준법에 맞지 않는 임금체계와 연월차.상여금.점심시간근로에 대한 임금 미지급 등 각종 부당행위와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설립 후 사측에 지속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교섭이 제대로 되지 않자 파업에 들어갔으며 학원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다가 단체교섭을 2000년 12월 12일자로 재개하는 것으로 하고 8월 11일부터 정상화됐다. 그러나 그해 11월 사측이 합의서 파기를 선언하고 폐업했다. 이후 지난 1월 10일에는 퇴직금 및 체불임금 전액을 지급하고 회사에서 지명하는 10명 외 고용승계 거부 및 위로금으로 400만원을 지급키로 노조와 합의했지만 노조간부 전원은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학원은 현재 조업 재개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자동차운전전문학원
김해에 있는 한일자동차운전전문학원 노조는 지난해 9월 20일 조합원 24명으로 설립됐다. 전체 직원이 28명이었던 점에 비춰 노조 조직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당시 이 학원은 월 80시간의 연장근로에도 불구하고 총 급여가 11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주휴수당.연월차.점심시간근로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노조는 설립당시 다른 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단체교섭 요구가 거부되자 11월 16일 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11월 26일자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위원장이 자진 퇴사하는가 하면 사측은 노동부의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혼미를 거듭했다.
그러나 30여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1월 20일 임금 체계를 바로잡고 기본급 기준으로 7% 임금 인상안에 합의하는 등 임단협이 타결되면서 정상화됐다. 그러나 2월말 노조원 총회를 통해 자진해산을 결의하면서 노조가 없어졌다.
□진영.장유자동차전문학원
이 학원의 경우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진영자동차전문학원은 편금식씨 소유 개인 기업인 반면 장유자동차전문학원은 주식회사이며 편씨의 동생인 편금만씨가 대표이사로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유주는 편금식씨라는 판단에 따라 각기 설립돼 있던 노조를 자진 해산한 후 지난해 12월 9일 단일 노조로 출범했다.
출범 당시 조합원 수만 160명으로 전국 자동차학원 노조 가운데 최대규모를 자랑했다.
노조는 단일노조 출범 후 연말 성과금, 사측의 통근버스 지입차량제 전환 반대, 단체협약 신규체결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일체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는 등 큰 의견차를 보였다.
이후 2월 학원은 폐업됐지만 노조는 ‘위장폐업’을 주장하며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해둔 상태이며 현재 지노위는 ‘위장폐업에 따른 부당해고’라는 결정을 내리고 결정문을 작성중에 있다.
이와는 별도로 진영학원에 대한 임.단협이 진행중인데 사측에서는 “장유학원 임대, 노조원 진영학원에 재취업”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는 “조합원을 장유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진영학원에 전 조합원을 몰아 넣은 후 경영악화를 빌미로 폐업하려는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백.현대.산인.밀양현대
그밖에 도내에는 마산 중리의 현대자동차운전전문학원, 마산 산인자동차운전전문학원, 마산 한백자동차운전전문학원, 밀양현대자동차운전전문학원 등에 노조가 설립돼 교섭이 진행중이거나 잠정합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전국의 자동차학원 노조 47개가 모여 지난 4월 말 전국 단일노조로 출범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국 단일노조가 되면서 각 지부별로 경험이 공유되면서 학원측이 학원연합회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것처럼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마산의 한 자동차운전전문학원 강사 김모씨는 경력 2년째다. 오전 8시부터 수강생을 받기 시작해 오후 9시까지 50분 교습, 10분 휴식이 되풀이된다. 점심시간은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
하루 12시간을 꼬박 근무한다. 최고 12명까지 수강생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2~3시간씩 교습을 원하므로 하루 평균 6~7명에게 운전을 가르치고 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이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한달에 1번꼴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급 70만원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합쳐 120여만원을 받아간다.
이같은 대우도 마산.창원.진주 인근 학원의 경우이고 군단위에 있는 학원으로 가면 급여가 100만원에 못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이같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은 학원 특성과 구조적 측면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운전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업에 매달리면서 교습은 야간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받으려다 보니 야근과 휴일 근로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또 현행 제도상 강사 자격증을 갖지 않고는 운전전문학원 강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자격증이 남발됐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7년 이후 지금까지 3회에 걸쳐 자격증 시험이 치러졌으며 2번가량 학원장 추천에 의한 강사 자격증 부여도 있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99년에만 모두 1004명에게 강사 자격이 부여됐다. 이는 도내 전문학원 36곳 중 진영.장유자동차 학원이 100여명을 고용하는 것 외에는 대부분 20~30명 수준임을 감안할 때 공급 과잉이라는 것이다.
도내 자동차운전면허 신규 발급의 65%를 책임지고 있는 전문학원이지만 강사들에게서 그같은 긍지는 찾아볼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운전학원 운영지침에는 강사 준수사항으로 △교습자로서 품위를 유지하고 성실히 교습해야 한다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운전면허를 받도록 알선. 교사 또는 방조해서는 안된다 △운전교습과 관련해 금품.향응.기타 부정한 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 △수강증에 허위로 수강사항을 기록해서는 안된다는 등 높은 도덕성을 규정해두고 있다. 이같은 일이 준수되지 않을 경우 자격 박탈 등의 규제가 취해진다.
특히 강사들의 불만은 ‘수강 사항 허위기재’요구다. 학원측에서 노골적으로 이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수강자들이 이같은 요구를 할 경우 학원측에서 이를 방조하거나 은근한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부정 운영과 관련해 경남지방경찰청은 지난 99년 22건, 지난해 19건을 각각 적발해 검정정지 등의 행정조치를 취했다.
자동차학원노조 진영.장유자동차학원 송인화지부장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여유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강사들에게 ‘친절’은 어떤 측면에서는 ‘사캄”라며 운전학원 강사의 불친절도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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