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밀양향우회



전통과 문화의 거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을 빠져나와 낙원동 악기상가 부근에 이르면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 있는 밀양사람들 모임인 재경밀양향우회(회장 손한규) 사무실이 오래된 빌딩숲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36년여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밀양향우회는 조용한 듯 하면서도 내실있는 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65년 5월 초대회장을 지낸 조만종씨(작고)와 이택형·김종열·윤영수·박창기·전경쇠씨 등 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밀양향우회를 창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고한 전경쇠 전 향우회장은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여년 동안 회장직을 맡아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밀양향우회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규 밀양향우회장은 “밀양사람들은 예로부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효를 숭상하는 뿌리깊은 유교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후덕한 인심과 성실함을 지녀 어떤 분야에서든 믿음직한 사람들로 꼽힙니다”라고 ‘밀양인 평’을 내놓는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밀양인’들은 5만여명으로 추산되며 주소가 파악된 회원들(7000여명)은 지난해 9월 발행된 회원명부(6호)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 회원명부는 기존 명부(1993년 발행)에 읍·면·동 향우회와 밀양소재 초·중·고·대학 재경동문회 주소록, 밀양시 연혁·관광명소 소개, 밀양출신 중앙부처 공직자명단, 밀양시 주요기관 현황 등을 곁들여 ‘재경밀양인 인물사전’으로 손색이 없다.



지난해 5월 ‘재경밀양향우회 명부편집위원회’(위원장 손광조)를 구성, 편집에 들어가 8월말 작업을 마무리했다.



밀양향우회는 산하에 초·중·고·대학교동창회도 활성화 돼 있으며 회원들 중엔 기업인·공무원·자영업자 등이 많은 편이다.



특히 직능별 모임인 건교동우회(밀양출신 건설교통부 공무원 모임)와 백송회(밀양출신 군인들 모임)의 결속이 끈끈하다고 손 회장이 전한다.



재계에선 박종구 (주)삼구 회장과 박남규 조양상선 회장·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관계에선 남정판 자유총연맹 사무총장과 정대근 농협중앙회장·박봉흠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등이, 정계에선 김용갑(한나라당)·조희욱(자민련) 의원 등이 밀양의 ‘대표얼굴’로 꼽힌다.



학계에선 손동수 한세대 총장과 곽진영 한양대부속병원장 등이, 문화예술계에선 연극인 손숙(전 환경부장관)·작곡가 고 박시춘씨와 정풍송씨 등이, 군에선 안병한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소장)과 엄항석 육군 21사단장(소장) 등이, 스포츠계에선 김병지(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전희철(프로농구 대구동양 오리온스) 선수가 대표격이다.



밀양향우회원들은 해마다 5월이면 고향에서 펼쳐지는 밀양문화제(아랑제에서 바뀜)에 참석하는 것으로 정기행사를 시작한다.



정기총회는 매년 10월 셋째주 일요일에 치러지며 이 때 ‘밀양특산물 판매전’과 재경밀양여고 동창회에서 주관하는 경로잔치 등을 함께 갖는 게 특징이다.



노인들에게 음식대접을 하고 선물을 전달하는 경로잔치는 10여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총회뒤 여흥으로 읍·면 대항 노래자랑, 건강강연 및 단순진료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향우들의 참여폭을 넓혀주고 있다.



지난해 정기총회는 10월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에서 이상조 밀양시장을 비롯한 정·재·관계 인사들과 800여명의 재경향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향우회장으로 재선임됐다.



고향에서 올라온 사물놀이패 ‘미리미’가 학춤·오북춤·화동마당 등의 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3년째 밀양향우회를 이끌고 있는 손 회장은 향우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찾고 싶어하는 향우회가 되기 위해선 제품을 만드는 ‘공장’같은 모습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읍·면·동별 향우회를 활성화해 향우회 기초를 튼튼히 했고 전 회원의 간부화로 결속을 다졌습니다. 앞으로도 향우들이 찾고 싶고 기대고 싶어하는 ‘생산적’ 향우회를 만드는 일에 힘쓸 생각입니다. 지난해 12월 닻을 올린 재경경남도민회 발전을 위해서도 있는 힘을 다하겠습니다. 경남도민회가 경남인들을 하나로 묶는 대표단체로 자리잡기 위해선 각 시·군향우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향우들이 우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향우회장들도 도민회 관련 회의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해 도민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해줘야 합니다. 자신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다른 향우들에게 참여를 권하기 힘든 까닭이죠. 바둑·씨름대회와 같은 문화·체육경기 모임을 통해 경남인들의 결속을 다져가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손 회장은 회장직을 맡은 뒤 향우회 활성화를 위해 모든 향우들의 간부화를 첫 번째로 추진했다.



16개 읍·면·동별 향우회장들과 각 학교동창회장들을 당연직 부회장으로 임명하는 등 틀을 새로 짰다.



종 행사를 준비할 땐 회장단회의를 열어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는 이른바 향우회의 상향식 운영도 꾀하고 있다.



손 회장이 향우회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경비 마련이다.



회장직을 맡은 뒤 지금껏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해마다 1000만원쯤은 나와야 향우회가 돌아갈 수 있는 형편이어서 돈걱정이 그칠 날 없다.지금의 사무실도 고정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난 1999년 11월 서울 서초동에서 규모를 줄여 옮겨 온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재경밀양향우회장단은 지난해 12월8일 밤 서울 퇴계로 한식집에서 열린 ‘중앙부처 공무원 재경향우인 만남의 장’ 때 새해부터 서울대 입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약속을 하는 등 향우회 키우기에 관심을 쏟아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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