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 이겨낸 '최고의 술안주'...예전엔 청어가 재료…지금은 꽁치 초겨울에 말려

초겨울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 포항, 경주, 대구를 중심으로 포장마차나 대폿 집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술안주가 과메기다.

포항지역의 과메기 생산업자들은 11월부터 분주해진다. 이 과메기, 가메기는 경상도 사투리고 원래 이름은 관메기(貫目魚)이다.

지금은 관메기를 만들 때 꽁치를 재료로 하지만 예전에는 청어(靑魚:비웃)를 재료로 했다. 비웃은 서해 청어를 일컫는 서울말이다.

짚불에 구워 껍질 벗기면 나오는 빨간 속살 '별미'

<명물기략(名物紀略:1870년경)>에 보면 '청어는 값싸고 맛이 있어 서울의 가난한 선비들이 잘 먹는 고기라 지적하고 비유어(肥儒魚)'로 표기했다.

선비를 살찌게 하는 고기라 하여 청어를 '비유어'라 했고, 이 '비유어'가 음운변화에 의해 '비웃'이 된 것이다.

관메기에 대해 <규합총서>에서는 '비웃 말린 것을 세상에서 흔히들 관목(貫目)이라 하니 잘못 부름이오. 정작 관목은 비웃을 들어 비추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하여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면 그 맛이 기이하다'고 쓰여 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눈이 맑아 마치 두 눈이 뚫린 것처럼 보이는 신선한 청어를 지칭할 때 관목(貫目)이라고 하며, 이 신선한 청어를 얼 말린 것은 관메기라 한다. 경상도에서는 이 청어를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해 두었다가 먹었다.

관메기는 청어를 배도 따지 않고 소금을 치지 않은 채 그냥 얼 말린(凍結乾操)것이며, 조기처럼 염장을 해서 말려 먹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최고의 맛은 훈제품(燻製品)인 연목어(烟目魚)이다.

조선 후기 학자 이규경(李圭景:1788∼?)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청어는 연기에 그을려 부패를 방지하는데 이를 연관목(烟貫目)이라 부른다'고 쓰여 있다.

이 물고기 훈제법의 대표적인 것은 행주산성에서 왕실(王室) 진상품으로 바쳤던 박달나무로 훈제한 연웅어(烟葦魚)라 할 것이다.

<음식디미방>에는 '말린 고기를 오래 두려면 연기를 쐬어 말리면 고기에 벌레가 안난다'고 했다.

이렇듯 우리는 오래전부터 훈제법이 전해 내려 왔던 것 같다.

심연섭(沈鍊燮)의 수필에 보면 '농사의 부엌 아궁이는 으레 연기를 내게 마련이다. 굴뚝이 낮은 탓이겠지만 시골 사람들이 굴뚝을 높이지 않는 것은 아마 열량을 절약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궁이에 송엽을 땔 때 부엌 안은 연기로 가득하게 되고 자연 통풍이 필요하게 된다. 채광(採光)을 겸한 그 통풍구(通風口)가 추녀 바로 아래다. 뚫은 살창이다. 그 곳이 바로 청어의 건조장, 비웃 몇 두름을 겨우내 그 살창에 걸어두면 송엽의 향연으로 훈제가 되어 이른 봄에는 빳빳한 관목이 되는 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이게 바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훈제법이다.

특히 이 관메기를 짚불에다 서서히 구워 껍질을 벗기면 빨간 속살이 나오는데, 아주 별미다.

관메기나 연관목을 그대로 찢어 술안주로 먹기도 하지만 봄에 토막 내어 냉이, 쑥, 콩나물을 섞어 죽을 쑤어 먹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이게 바로 관메기죽, 연관목죽이다.

고려말 학자 이색(李穡)의 <목은집(牧隱集)>에 보면 '쌀 한 되에 청어 마흔 마리만 주니 세상이 어지럽고 흉년이 들어 백물(百物)이 귀해져 청어마저 드물구나'라고 쓰여 있다. 청어가 얼마나 지천이었으면 쌀 한 되에 마흔 마리를 주는데도 적다고 했을까.

조선 중기의 학자 허균(許筠:1569~1618)이 지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 '촌로(村老)에 들으니 병자(丙子: 1876), 정축(丁丑:1877)에는 흉년으로 곡물은 얻어먹을 수 없고 청어는 한양으로 많이 들어오니 청어만 먹다가 중독(中毒)으로 죽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었다. 그리하여 조정에서는 한양에 들어오지 못하게 금지하여 산지(産地)에서 비료로 사용하였다'고 전한다. 1934년에는 동해에서 1년에 5000만kg이나 잡혀 청어알 만해도 영일만(迎日灣) 연안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한다.

너무 많이 잡혀 한양 사람들 수천 명을 중독시켰고 산지에서 비료로 쓸 만큼 지천이었던 청어가 서해는 물론 동해에서도 서서히 사라지게 되고, 그 대체 어종으로 꽁치가 쓰이고 있다.

포항에서는 부산지역의 꽁치잡이 어선들이 남쿠릴 열도 해역에서 잡아오면 이를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추위가 시작되면 관메기를 만들어 출하한다.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구룡포 과메기가 유명한 이유  
영하 5도∼영상 6도'쌀쌀한 날씨' 쫀득하며 구수한 맛들이기에 최적
 
과메기를 말리는 방법은 두 가지. 새끼줄에 꽁치 통 마리를 걸어 15일간 덕장에서 말리는 엮걸이와 꽁치 배를 양쪽으로 갈라 2~3일간 건조시킨 후 저온(영상 5도)에서 일주일간 숙성 발효시키는 배지기가 있다.

보통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엮걸이로 말리고 영상의 기온을 유지할 때는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배지기로 말린다.

과메기를 건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포항의 구룡포다.

구룡포는 초겨울부터 백두대간을 타고 불어오는 북서풍이 영일만 해풍을 구룡포로 몰아주어 과메기를 말리는데, 좋은 최적의 바람이 불고 이 시기의 구룡포 기온도 영하 5도∼영상6도여서 과메기 맛이 들기에 좋은 온도를 유지해 주어 구룡포 과메기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술집에서 안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대부분 배지기로 말린 과메기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출·퇴근 시간에 언 몸과 마음을 녹이기 위해 술 생각이 나게 마련인데, 이때 술안주로 과메기만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하루 이틀이면 택배로 주문해서 싱싱하고 맛있는 포항 구룡포의 과메기를 맛 볼 수가 있다.

구룡포읍 일대에는 과메기를 생산하는 곳이 많이 있지만 어룡수산(대표:장용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207-6, 전화 (054)276-5033 HP 011-818-2480) 덕장의 과메기가 쫀득하며 구수한 맛이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