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물리 주민 1/3 송사 휘말려… "이젠 '관' 가져다 놓고 싸울 것"

최근 주민 299명 가운데 한꺼번에 5명이 구속된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샘물공장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37명이 고발당했고, 이 가운데 생수공장 결사반대위원회 손기덕(46) 위원장 등이 지난 23일 구속됐다.<27일자 5면 보도>

감물리에는 이밖에 다른 우환도 겹쳐 있다. 공사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는 우편물을 업체로부터 받은 사람이 80명 정도나 되고, 실제 손배소송과 가압류를 당한 사람도 중리마을 이장 김영득씨를 비롯해 20명이다.

샘물공장 맞은편에서 주민들이 70대나 80대 할머니까지 복면을 한 채로 행여나 공사를 위한 차량이나 인력이 들이닥칠까봐 지키고 있다.
주민 299명 가운데 3분의1을 웃도는 숫자가 샘물공장 공사와 관련해 작든 크든 우환을 겪는 판이니 감물리에서 70대 80대 할머니까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이유가 충분히 짐작된다. 공사를 저지하는 현장을 업체쪽에서 카메라나 비디오로 잡아 모조리 소송을 걸거나 경찰에 고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루 최대 1000t(평균 450t 가량)씩 샘물공장에서 물을 뽑아가 버리면 원래 물이 없는 마을에 농사는커녕 생활에 쓸 물조차 모자라게 마련이므로 합법·불법을 떠나 막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공업체의 고발은 구속자 5명을 발생시킨 올해 9월 6일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있었다. 2004년 8월 건축허가, 12월 7일 착공 승인을 받은 뒤에도 저지가 이어지자 2005년 1월 17일 손기덕(구속)씨 등 18명에 대해 방해금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고발까지 한 것이다.

손씨는 올 1월 15일 창원지방검찰청 밀양지청에서 벌금 200만원, 이모·김모씨는 각각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됐으며 나머지 15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손씨 등 3명은 모두 불복하고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해 놓았다.

공장 신축을 맡은 ㅇ업체는 지난해 3월 14일에도 마을 주민 김모(여)씨 등 6명을 공사방해로 고발했으며 검찰은 올 3월 벌금 30만원씩으로 이들을 약식기소했다.

김씨 등은 모두 정식 재판을 청구했으며 4월 1차 공판과 5월 2차 공판에 이은 6월 14일 3차 공판에서 처음보다 10만원이 깎인 벌금 20만원씩을 선고받았다.

(주)얼음골샘물은 이들 공판이 끝난지 한 달도 안 된 6월 27일 마을 주민 80명 가량에게 '공사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건'을 내용증명 우편으로 보냈다.

감물리 사람들이 샘물 공장 공사를 방해하는 바람에 영업손실까지 쳐서 6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으니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내겠다는 편지였다.

마을이 발칵 뒤집혔으리라는 사실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뻔한 노릇. 주민들은 7월 들어 여러 차례 회의를 했으나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주민 일부가 반대위원회에서 빠지겠다고 밝히면서 끝까지 싸워 물을 지켜야 한다는 이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바깥에서 업체가 들어와 개발이 진행되는 대부분이 그렇듯, 감물리에서도 '마을공동체'가 깨진 것이다. 8월에는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만한 다툼을 두고 빠지겠다는 사람이 '맞았다'고 고소하는 바람에 임모씨 등 3명이 구속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들은 10월 30일 구속됐다가 11월 6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2일에는 감물리 중리마을 김영득 이장 등 20명에게 3억원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논과 밭 101필지에 대한 가압류 내용을 담은 통지서가 날아왔다.

얼음골샘물은 공사방해에 따른 형사책임뿐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지우겠다는 기세를 보이고 있다. "적법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고 공사하는데 불법으로 막으니 법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니 무조건 터무니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주민들은 단호하다. 농성장에서 만난 한 주민(여)은 "널(관)을 한 스무 개 갖다 놓고 싸워야겠다"고 했다. 감물리 용소마을 이장 손기화씨는 27일 "농사짓고 살아가는 터전에 (3년 전) 한 마디 얘기도 없이 생수공장 짓는다고 들어와 물을 말리다니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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