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서 '와신상담' 후 신세폈다...발효 건강식으로 인기양파·감 등 종류 다양 "염장보다 건조가 좋아"

옛날부터 장아찌는 묵은 김치와 함께 한겨울이 오기전에 꼭 준비해 두었던 반찬이었다. 된장독에 오래 박아둔 장아찌 하나를 숟가락에 올리고 시래기국물 한 숟가락 떠서 먹으면 어떤 매서운 겨울도 든든했다.

그랬던 밥반찬 장아찌가 최근 변하고 있다. 불로초, 당귀 등 건강까지 생각한 장아찌부터 민들레, 감, 미니양파 등 색다른 맛과 향을 품고 있는 장아찌도 선보이고 있다. 장아찌 하면 소금에 절인 염장법만 생각하지만 고유의 향을 간직할 수 있는 건조법도 등장했다. 최근 다양한 재료와 제조법을 만나 '명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창녕 도리원 관계자가 장아찌 담그는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장아찌 하나 올렸으면 하는 계절, 120여 개의 장아찌를 선보이고 있는 창녕 도리원 권수열 사장에게 '장아찌의 변신'을 물었다.

△염장 대신 건조…끝물 대신 첫물

하늘이 높아지고 햇살이 투명해지는 가을이면 제철 재료들을 하나 둘 말렸다. 나지막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재료의 맛과 향을 꼭 감싸줘 겨울에 먹어도 그 맛이 그대로 살아났다.

나물에서 쓰였던 이런 건조법이 장아찌에도 등장했다. 장아찌는 한 숟가락 정도의 양이면 밥 한 그릇이 뚝딱 해치워질 만큼 짠 음식.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염장법 대신 건조법을 쓴 '맞춤식 장아찌'가 생겨난 것이다.

제철 재료를 건조해 장아찌를 만들고 있는 권수열 사장은 "요즘 사람들은 건강을 생각해 된장찌개도 삼삼하게 먹듯 장아찌도 짠 맛만 배면 거부감을 느낀다"며 "재료 특유의 맛을 간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건조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말리거나 너무 바짝 말리면 재료가 질겨져 특유의 맛을 내기 힘들다.

11월이 말리기 가장 좋은 때. 짜지 않을 만큼 간을 배게 한 다음 속살이 약간 물컹하게 만져질 정도로 반건조한다. 그 다음 고추장, 된장, 간장 양념을 해 냉장고에 넣어두면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장아찌가 된다.

재료도 끝물보다는 첫물을 골라야 고유의 맛이 살아난다. 권 사장은 장아찌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서민들이 먹던 음식이어서 끝물 재료를 썼지만 이젠 그 맛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아찌도 재료 원래의 맛을 최대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봄이면 지리산에 올라 어린 새순을 따와 장아찌를 만듭니다. 물론 양은 얼마 안되죠. 하지만 손님들은 장아찌도 마치 제철음식처럼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간단한 장아찌 만드는 법   

짬을 내 장아찌를 만들어보자. 장독대에 넣어두면 한 겨울이 든든하다.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양파장아찌와, 건조법과 염장법을 혼합한 단감장아찌를 소개한다.

①양파장아찌

양파는 육질이 단단하고 자그마한 것으로 골라 껍질을 깐다. 간장, 식초, 물을 1대 1대 2 비율로 섞고 팔팔 끓인 후 식혀서 양파에 붓는다. 3일 후 국물만 따라서 다시 끓여 식혀서 붓기를 3회 반복한다.

②단감장아찌

단감은 한창 싸고 맛이 오른 재료. 주황색을 띠며 단단한 것을 골라 2등분한 후 얇게 편썰기를 한다. 엷은 소금물에 썰어둔 단감을 20분 정도 담근다.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채반에 말린다. 된장이나 고추장 양념에 버무리면 끝.



△꽃, 과일부터 약초까지 별맛 천지

지난 9월 창녕 도리원 문화축제 '24절기 권수열 약초장아찌 전시회'에서는 120여가지 장아찌를 선보였다. 봄에 속살을 드러내는 '제피', 가죽, 뽕잎부터 여름에 빛을 발하는 매실, 연근, 죽순, 미니양파, 노각도 있었다.

   
 
 

가을에 익는 감, 고추, 고들빼기, 더덕과 겨울에 힘을 발하는 파래, 우엉, 무도 등장했다. 24절기 제철 재료들이 장아찌가 돼 한 자리에 모였던 것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약초장아찌. 한방에서는 항암에 좋은 약초로 쓰이며 깊은 산의 습지에서 자란다는 곤달비와 피를 맑게 하고 특히 산모들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는 당귀 등 다양한 약초장아찌가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뿐만 아니다. 버릴 게 없다는 민들레와 단맛이 쏙 밴 단감도 장아찌가 돼 향과 맛을 내뿜었다.

권 사장은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아찌가 바로 건강에도 좋고 먹기도 좋은 색다른 종류의 장아찌들이라고 했다. 현대인들의 웰빙 열풍 속에 이제 장아찌도 서민음식이 아니라 고급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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