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산 아귀찜의 사연...'재수 없다' 버린 아귀, 마르니 안주로 으뜸 64년부터 판매 시작

마산의 아귀어는 언제부터 요리를 했을까?

1960년대에는 마산의 오동동, 동성동 골목을 통칭 오동동이라 불렀으며 마산어항(魚港)의 중심지로 선창이었다.

이곳은 <오동동타령>의 가사에 나오듯 멋쟁이 기생들의 장구소리가 들리고 한량들의 기생놀음으로 밤을 지새는 요정과 술집들이 많았던 곳이다.

돈 많은 한량들이 요릿집에서 요리를 즐기며 기생놀음을 할 때 선창의 초가 선술집에서는 장어국을 안주로 무학산 기슭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로 빚은 소주와 막걸리로 목을 축이곤 했다 한다.

아귀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마산의 향토언론인인 고(故) 김형윤(金亨潤)선생이 쓴 <마산야화(馬山野話)>에 등장한다.

김형윤 선생이 1970년 10월부터 마산시사를 편찬하면서 원고를 쓰기 시작했고 이 책에 아구라는 음식이 3~4년 전 만해도 바다에 버리던 아구가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등장했다고 하니 대략 잡아 1966~1967년으로 생각되나 박영자 할머니 등 아구어 요리를 하는 분들의 구전에 의하면 1964년이라고 한다.

이때 요정골목 한 구텅이에 위치한 초가로 된 간판도 없는 선술집(현 마산시 동성동 186번지 한국장 앞 : 현재 집이 헐린 상태로 있음) 주인 혹부리 할매(턱밑에 큰 혹이 나 있어 붙여진 별칭)가 장어국을 끓여 팔았는데,

1964년 어느 추운 겨울날 어부들이 마산 어시장에서 못생기고 재수없게 생긴 아귀어를 들고 와 "할무이! 이 괴기로 안주 하나 해 주소!"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혹부리 할머니는 "참 밸일도 많다! 이 코 질질 흘리는 못생긴 괴기를 오데 쓸라꼬 재수없게 스리. 일 없소!" 하면서 작은 봉창문 밖으로 이 아귀어를 내동댕이쳤다.

그러던 어느 봄날 혹부리 할머니가 시장에 갔다 오던 중 처마 밑에 웬 마른 명태 같기도 하고 마른 가오리 같은 어포(魚脯)가 있어 주워 보니 그게 바로 자신이 버린 아귀어인지라 이것을 갖다 무와 된장을 넣고 자작자작하게 아귀찜을 만들어 선술집을 찾는 어부들의 술안주로 내 놓으니 그 맛이 각별했다.

마산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이어 1964년경 속칭 오동동 골목이라 불리던 동성동 51번지에서 역시 장어국을 팔던 박영자 할머니가 운영하던 진짜초가집원조아구찜집(마산시 오동동 152-41, (055)246-0427)과 그 옆 골목의 구강할매집(마산시 오동동 185, (055)246-0492)이 마른아귀어에 콩나물, 미나리, 미더덕을 넣고 찜을 하는 마산아구찜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만 해도 마산에는 각 가정의 옥상에 아구덕장을 무색케 할 정도로 집집마다 아귀를 말렸으며 아귀덕장이 여러 군데 있었으나 지금은 마산교도소 뒤편의 한 군데에서 12월 한 달 동안만 아귀어 덕장을 운영한다.

여기에 마산을 비롯한 경상도에서 '물꽁'으로 알려졌던 아귀어가 아구어로 불리게 된 사연도 재미가 있다.

혹부리할머니가 된장을 넣고 마른 아귀어를 찜으로 하거나 아귀어국을 끓였고, 지금과 같은 마산 아귀어찜을 개발한 것은 전남 신안에서 마산으로 시집을 온 마산진짜원조초가아구찜집의 박영자 할머니이며, 이 할머니는 마산의 아귀어찜을 자기의 고향말로 아구찜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마산아구찜의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지금은 혹부리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오동동, 동성동 골목에는 아구찜집 약 10여개 업소가 성업 중에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마산아구찜을 전국에 알린 집은 오동동아구할매집(마산시 동성동 48-2, (055)246-3075) 김삼연 사장이다.

김 사장은 1981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풍81'에 마산아구찜을 가지고 나가 당시 각종 언론 매체에 '마산 아구찜'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당시 이 행사는 신군부에 의해 열린 관제행사였으므로 국내 모든 언론들이 행사가 끝나는 날까지 보도를 한 덕에 전국의 향토 별미들이 많이 발굴 소개되었다.

우리나라의 아귀어찜은 4가지로 분류할 수가 있는데, 마른아귀어를 주재료로 하는 마산아구찜, 생아구를 주재료로 하는 부산아구찜, 생아구에 전분 대신 찹쌀을 넣는 동래찹쌀아구찜(동래원조 아구찜 : 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 1동, (051)525-3412), 아귀와 함께 해물을 넣는 인천의 물텀벙이가 있다.

예전부터 인천항 부근에서는 아귀어를 '물텀벙이'로 불러 왔다.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아귀어를 물에 다시 던질 때 나는 소리가 '텀벙'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바다에 나가면 다양한 어종들이 지천인데 굳이 흉측한 외모에다 입만 크고 먹을 게 별로 없는 생선에 애착이 안 갔을 거다.

마산 아구찜의 영향을 받았을까? 인천의 물텀벙이도 그 운명이 바뀌었다. 1970년대 용현동 '성진 물텀벙이'(인천광역시 남구 용현2동 지하철 1호선 주안역에서 인하대 방면 버스 이동, (032)883-1771)가 문을 연 후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물텀벙이찜 집들은 10여 군데가 생겨 마산의 오동동처럼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인천 물텀벙이 찜은 아귀어의 뼈가 많은 볼때기살에서 맛이 살아난다. 그래서 물텀벙이 찜의 마니아들은 '머리 부분을 많이 넣어 달라'고 특별히 주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외에도 내장과 간, 이리 등과 살코기, 볼때기살을 적절히 섞은 다음 미더덕, 조갯살, 냉이, 고사리 버섯 등 온갖 야채를 넣어 고춧가루, 고추장, 마늘을 넣고 시뻘겋게 버무린다. 그런 다음 프라이팬에 아귀를 넣고 비교적 오랫동안 달달하게 조리한다.

그래서 마산 아귀찜은 맵고 담백하지만 인천의 물텀벙이는 맵고 달착지근한 감미가 돈다.

2.아귀어의 유래  
전라도 사투리가 경상도 명물로 
 
요즈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준어인 아귀어보다는 아구어라고 불러 아귀어로 조리한 음식 이름도 아구찜 또는 아구탕이라 한다. 아귀어(餓鬼魚)의 유래는 불교의 아귀도(餓鬼道)에서 연유된 것이라 한다.

우리말에 음식을 탐하는 사람을 걸신(乞神) 들렸다 하는데, 이 아귀귀신은 입이 커 음식을 탐하지만 목구멍이 바늘귀처럼 작아 막상 소화기관에 들어가는 양은 적기 때문에 항상 굶주림에 허덕여 몸이 앙상하게 말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귀어는 입이 크고 탐욕스러워 배를 갈라보면 자기 몸보다 큰 상어류나 큰 물고기 등은 물론 음료수캔 같은 것들이 나온다. 차라리 아귀어라는 이름보다는 물고기의 형태나 생태로 봐서 <자산어보>에 기록된 것처럼 조사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 같다. 영어에서도 낚시꾼 물고기라는 뜻을 가진 'Angler Fish'라고 한다.

이런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바다 밑을 유영하면서 입 바로 위쪽에 '낚싯대'라고 하는 안테나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안테나와 같은 곳 끝 부분에 실처럼 붙어있는 흰 피막을 흔들면서 물고기를 유인해 잡아먹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귀어는 아구어 말고도 지방마다 각각 사투리가 다 있었는데, 부산·경남지방에서는 아귀어를 '물곰'이라 불렀다.

이 '물곰'이라는 이름도 경상도의 센 발음으로 '물꽁'이라 했고, 이외에도 물돔, 배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럼 아구어는 어디 말인가.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되어 16년간 살면서 1814년에 쓴 <자산어보(玆算魚譜)>에 보면 '조사어(釣絲魚)'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그 속명은 '아구어'라고 하였으니 아구어라는 말은 흑산도를 비롯한 전라도의 사투리라 할 수 있겠다.

이 못생기고 먹을 게 없는 아귀어가 그물에 걸리면 재수없다고 바로 바다에 버렸다해서 인천지방에서는 '물텀벙이'라고 불렀고,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 지방 역시 아귀어가 그물에 걸리면 바다에 도로 버리거나 어시장 한구석에 내동댕이치는 천덕구니였다. 이렇게 천덕구니 취급을 받던 아귀어를 언제부터 먹게 되었을까? 아귀어를 찜으로 만들어 대중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마산의 아구찜'이라 할 수 있으나 아귀어를 먹기 시작한 것은 부산이 먼저다.

1967년경 부산의 음식을 비교적 자세히 기록해 놓은 박원표(朴元杓)의 <부산고인록(釜山故人錄)> 어디에도 아귀어 요리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산에 아귀어 요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으로 부산은 피란민들로 북새통을 이루었고, 이로 인해 먹을거리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전쟁 후 1950년 중반에 아귀어는 물꼼찜이라는 이름으로 서면 미군부대 옆 물탱크 근방에 술도가가 있었는데, 이 술도가 창고에서 할머니 두 분이 생아귀어를 쪄서 양념장에 찍어 술안주로 먹을 수 있도록 조리했고, 충무동 썩은다리 옆 판잣집에 생아귀로 물꽁찜을 해서 파는 집이 있었다.

그 외에도 물꽁집은 서면일대에 몇 집이 있었으니 비록 음식 이름은 다르다 해도 아귀어찜은 마산보다 부산이 먼저라 할 수가 있다. 이렇듯 부산의 물꽁찜이나 아구찜은 생아귀어를 주 재료로 한다. 지금도 부산의 토박이들은 생아귀를 주 재료로 찜을 한 물꽁찜이라 부른다. (보수동 '물꽁식당'-부산시 중구 보수동 중부산 세무서 앞. 전화 (051)257-3230) 그러나 아귀어요리를 대중화시킨 마산의 아구찜은 마른아귀어가 주 재료이다.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