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는 변절자로 버림받고 남에서는 ‘빨갱이’라고 저주받았던 무고한 민간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통합특별법’제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본보는 이미 2년 전부터 ‘곡안리 민간인 학살사건’을 비롯해 도내 전역에서 발생한 보도연맹의 참혹사건 등 숱한 사건들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심층보도해왔다. 더욱이 장면정권 당시 국회가 한국전쟁을 전후해 군과 경찰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간 사실을 기록한 ‘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속기록을 국회 지하창고에서 발견한 일은 특기할 사실이다. 이토록 진상규명작업을 벌여온 까닭은 오직 역사앞에 진실을 밝히겠다는 사명감 때문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올해로 한국전이 일어난 지도 50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상흔이 치유되기는커녕 고통의 나날속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유족들의 한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전쟁 때 희생당한 사건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야무야 넘길 수는 없다.
군경의 사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변명과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핑계들을 대가며 소극적인 자세만을 취할 수는 더욱 없다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이야말로 유족들의 맺힌 한을 풀 수 있는데다가 국민통합을 실현시키는 지름길임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 어디까지나 특별법의 목적은 진상조사와 희생자의 명예회복에 있으며, 동시에 법의 적용대상은 좌.우를 망라해 한국전을 전후하여 학살 또는 희생된 모든 민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에 조사권을 부여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학살사건에 연루된 군경을 조사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이 돼야 명예회복이 뒤따를 것이고, 법 내용도 충실해질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국회차원에서 문제제기가 된데다 국회연구단체와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범국민위원회’가 특별통합법 시안 공청회를 갖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차원에서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쉽다.
물론 정치권에서는 법안을 발의하려해도 수구적 보수세력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으리라 여겨진다. 그러나 대승적 차원에서 진상규명이 선행되면 명예회복은 물론 남북한간의 상생과 화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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