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맑은 무우국을 끓일 때, 생새우를 넣는다. 그리고 간장보다는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다. 소금이래야 서해쪽에서 난다는 천일염을 볶아서 가루내어 놓은 것을 쓴다고 한다. 죽염이 아닌 그냥 볶은 소금 말이다. 어찌보면 쉽고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아내의 솜씨는 자별한 데가 있다. 언제 먹어도 아내의 무우국은 시원하고 깔끔하다. 그건 나만의 평가가 아니다. 아마도 아내의 극진한 정성 때문일터이다.
차에는 다섯 가지 맛이 들어 있다고 한다. 쓴맛.짠맛.신맛.매운맛.단맛, 이것을 더러는 사람사는 맛에 비유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맛이 적절히 잘 어우러져 간을 맞추어야만 제대로 된 차맛 - 이를테면 ‘들부레한 맛’(근세의 다인 효당 최범술님의 표현대로)을 음미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차맛을 낸다는것 즉, 차가 지닌 맛과 맛 사이에 간을 맞추는 일은 여간한 정성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런 탓인지 간혹 손님이 와서 차를 낼 요량이면 지금도 여전히 주저하곤한다. 물론 정성을 내서 폼(.)을 잡고 차를 내 보지만 차를 마신 연륜에 비해 한참을 미달된다. 그건 순전히 내 정성이 부족한 탓일 게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그렇다. 무엇이 놓이느냐에 따라 친소가 나뉘는 걸 보게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면 사람사이에 정이 들어 가까워지게 되고 서로 불신하거나 미워하면 그만 한랭전선이 펼쳐지고 그게 심하면 불행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상식적인 얘기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 여하히 간을 맞추느냐 하는 것을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도 좋을 듯 싶어 해본 소리다. 사람사이는 정으로 간을 맞춘다.
시간은 어떤가. 점이듯 선이 되고, 또한 간단없이 흐르는 것. 그 사이를 나눈다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 터이다.
찰나 찰나가 곧 영원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도 점을 찍는다. 역사적인, 비어있는 것. 그 속에 모자람 없이 가득한 것들. 한 낱 꿈같은 것이도다. 허공에 꽃 한송이, 높이 들어 올린다.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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