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국공무원노조 김영길 전 위원장

지난 9일 공무원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린 창원 용지공원에서 정말 오랜만에 김영길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 김영길 전 위원장.
초대 경남본부장을 거쳐 제2대 전국 위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 1월 3대 위원장 선거에서 낙선, 지금은 ‘자연인’의 신분으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직장협의회 시절부터 각종 집회와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공직에서 해임됐고, 두 번의 구속을 거치는 동안 공무원노동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전직’ 위원장의 신분으로 이날 집회에 참석한 그를 만나 최근의 공무원노조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전망인지 등을 물어봤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그냥 집에서 딱 엎드려 있습니다. 유일하게 걸치고 있는 게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지도위원인데, 그거 하나만 하고 있습니다. 많은 건 시간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지도위원이라면 뭐하는 겁니까? 

△뭐, 보통 조직으로 치면 고문 같은 겁니다. 이른바 퇴물이죠. 현재 저와 이병하 전 경남본부장, 그리고 부위원장을 지냈던 김길수 동지 등 3명이 경남본부 지도위원으로 돼 있어요.

-회의에 참석하거나 현 본부장을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도 하고 그러시나요?

△일상적인 회의체에 참석하긴 좀 그렇고, 경남본부가 기자회견을 하거나 하면 함께 참석하는 정도입니다.

-오늘 집회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경남본부에서도 자체 평가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그동안 공무원노조가 굉장히 많이 위축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막상 오늘 집회를 보고 자신감 얻었다고 봅니다. 전국에서 동지들이 각 지역본부별로 최소 100여명에서 200명까지 왔는데, 역시 경남이 전체 투쟁의 동력을 만들어낸다는 걸 보여줬다고 봅니다. 조합원들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을 겁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이후 싸움의 승리까지 전망해내긴 무리겠지만 집회 자체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2001년 6.9대회 때는 5000여 명이 참석한 걸로 보도됐더군요. 당시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대거 참석했는데, 이번엔 시민단체 도움 없이 거의 80% 이상이 공무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석 인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2001년 집회에는 공무원 자체조직이 도내 3500명이었고, 다른 지역에선 거의 동원이 안됐습니다. 부산에서 700-800정도 왔을 뿐, 다른 지역은 거의 집행부 깃발만 들고 왔었죠. 이번엔 경남 자체동력만 최소 5000명이 넘었고, 경남 외의 지역에서도 100~200여명씩 왔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까지 합치면 2001년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했죠. 2001년은 한창 불붙어 오르던 시기였고, 지금은 조직이 위기감을 느끼는 시기인데, 그 위기를 돌파하자는 조합원들의 결의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도청 지부가 합법으로 전환했고, 울산과 부산에서도 이탈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싸움이 오래 가면 조직 균열이 가속화될 것 같은데요.

△사실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대규모 집회만 계속 연다고 해서 해결이 될 일도 아니고…. 그래서 오늘 권승복 위원장도 ‘옥쇄투쟁’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은 지도부가 목숨 내놓고 해야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방법 없습니다. 이미 행자부 지침에 따라 (지부사무실 폐쇄) 계고장이 전달된 곳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동시다발로 폐쇄가 이어진다면 위기상황은 더 심각해질 겁니다. 단식농성도 그래서 들어가는 건데, 각 시∙군지부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결의가 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발 두발 물러서다 보면 어느 순간 낭떠러지에 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부장들이 사생결단을 해야 합니다.

결국  조∙중∙동과의 싸움...전면 구독거부 나서야

-김태호 도지사가 유독 공무원노조와 관련, 전국 지자체장 중에서 선봉에 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당연히 감정 때문이라 봅니다. 공무원노조가 자신의 약점을 건드린데 대한 보복적 성격이 짙다는 거죠. 사실 행자부 지침은 새로운 게 아니예요. 그런데 경남에서 김태호 도지사가 감정적 대응을 하면서 공무원노조 문제가 급격하게 확산됐고, 행자부 관료들이 그동안 눈치보고 있다가 세게 치고 나오는 거죠. 사실 정부나 열린우리당 입장에선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들이 대리전을 해줄 테니까 손해 볼 게 없거든요.

-이번 집회 직전까지 김태호 지사는 참석자들을 모두 징계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는데, 무더기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어떻게 봅니까.

△경찰이 채증을 어느 정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징계가) 잘 되겠습니까? 만약 김태호 지사가 그렇게 하면 오히려 일선 공무원의 반발을 사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될 겁니다. 엄포는 놓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을 겁니다.

-총파업 때는 실제로 무더기 징계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 땐 평일이었어요. 전국적으로 약 450명 정도가 징계대상이었는데, 실제로 파면된 사람은 200명 정도로 전국 250개 지부 중 각 지부별로 한명 꼴도 안돼요. 그때 파면된 사람들이 모두 지부단위에서 노조활동가로 일하고 있는데, 결국 노동조합의 실무조직력을 강화시켜 준 셈이죠.

-파면된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삽니까.

△노조에서 생계비 지원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싸움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결국은 우리가 이깁니다. 정부도 계속 강공드라이브로 탄압만 한다면 혼란과 갈등을 정부가 조장하는 꼴이 됩니다. 언젠가는 문제가 뭔지,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동안 공무원노조가 국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도 그걸 제대로 알려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건 인정합니다. 대언론 홍보도 부족했고,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 자체가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킨 점도 있습니다. 저는 공무원노조 뿐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가 조∙중∙동을 극복하지 못하면 절대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보는데요. 조∙중∙동이 국민여론의 70%를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보수언론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전체 진보진영이 결의해서 구체적인 구독거부운동을 조직하면서 상대적으로 공정한 언론을 상대로 한 홍보를 더 강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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