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모습…사무-생산직 노조 통합 단초 마련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그 때의 사회상과 역사를 매주 한번씩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촬영 또는 발굴하여 소장하고 있는 것 뿐 아니라 독자 여러분이 제공하는 사진도 소장자의 해설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의 055-250-0171)


   

딱 보면 아시겠지만 현재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인 권영길 의원(창원 을)과 단병호 의원(비례)입니다. 90~91년 겨울이었는데, 정확한 날짜는 기록해두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벌써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아래 사진에서 단병호 의원이 신고 있는 빨간양말이 이채롭네요.

   
권영길 의원의 당시 직책은 언론노련 위원장으로 사무직 노동조합 중심 조직이었던 ‘전국업종노동조합회의(업종회의)’의 의장이었고, 단병호 의원은 생산직 노동조합이 뭉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위원장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사무직-생산직의 구별없이 민주노총으로 모두 뭉쳐 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사무직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의 괴리감은 요즘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그것만큼이나 멀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노동계의 최대 과제는 생산직과 사무직을 묶는 일이었고, 권영길과 단병호 두 사람이 ‘총대’를 메야 했습니다.

그 작업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그 해 겨울 두 사람이 나란히 지리산 등산길에 올랐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두 사람이 진주지역 노동운동가들과 산청의 한 식당에서 소주를 마셨는데, 술이 얼큰하게 오르자 흥에 겨운 두 사람이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고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습니다.

이날 술자리를 계기로 두 조직의 통합논의가 본격화됐고, 93년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가 권영길·단병호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하게 됩니다. 전노대는 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하게 되는 가교가 됐죠. 이후 두 사람은 번갈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이 돼 있습니다. 참 질긴 인연이라 할만 하지요.

따라서 이 사진은 한국노동조합운동 역사에서 나름대로 상징성을 갖는 자료라 할만 합니다. 사무직과 생산직의 대표가 어울려 춤을 추는 최초의 유일한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김주완이 직접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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