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절차 까다롭고 부적격자 증가

ㄱ씨는 지난 22일 모친이 허리가 아파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혈액이 부족하다며 수혈자 5명을 구하라는 병원측의 연락을 받고 혈액을 구하느라 전화통을 잡고 씨름을 했다.

   
ㄱ 씨가 혈액을 구하느라 애를 쓴 것은 처음이 아니다. 수술 전에 5명의 혈액을 구하라는 연락을 받은 후 수술 하루전에 다시 10명으로 늘어났으며, 다시 수술을 하면서도 5명의 혈액을 더 요구한 것이다. ㄱ 씨는 수혈자를 구하기 위해 혈액원에 가서 헌혈자들을 설득했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O형 피를 가진 친지나 친구 30여명을 동원한 끝에 수혈이 가능한 13명을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아들이 백혈병 수술을 받은 ㄴ 씨도 병원으로부터 토·일요일 혈액(혈소판)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미리 수혈자를 준비해 놓으라는 연락을 받고 친구와 친지들에게 부탁해 수혈자를 대기시켜 놓고 있다.

ㄱ 씨처럼 수술용 혈액을 구하기 위해 헌혈자를 구하는 것은 수술실 인근에서는 아주 흔한 풍경이다. 병원에서도 부족한 혈액을 충당하기 위해 보호자들에게 지정헌혈을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보호자들의 발품을 팔아 혈액부족을 해결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처럼 혈액이 부족한 것은 새삼스런 소식은 아니다. 특히 헌혈 비수기인 여름과 방학을 맞아 경남지역에서 필요한 혈액량이 하루 평균 2000유닛(UNIT)이지만 지금 남아있는 양은 600여 유닛에 그치고 있다. 그중 수요가 가장 많은 A, O형은 하루 600유닛 정도가 필요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혈액은 20~30개에 불과하다.

경상대병원 혈액원 관계자는 “휴가철과 방학이 겹친 여름철에 혈액수급은 최악의 상태에 빠졌으며, 수술중에 혈액이 부족하다는 연락이 올까봐 불안하다”며 “보호자들이 수혈자를 대기시키는 지정헌혈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최대의 병원인 경상대병원의 경우도 하루 100유닛이 필요한데 40유닛만 비치하고 있다.

특히 올해 혈액 부족이 심각해진 것은 헌혈절차가 까다로워진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헌혈실명제로 인해 신분증이 없는 학생들은 헌혈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문진 과정을 통해 말라리아 창궐지역을 방문했을 경우 사전에 제외시키는 등 헌혈부적격자가 많이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헌혈자 10만8000명 가운데 2만5000명이 헌혈을 못하고 탈락하는 등 탈락률이 20%를 넘고 있다.

더욱 경남의 경우 단체헌혈이 많고, 그중 군인이 많지만 군인들의 헌혈률도 떨어졌다. 예전에는 군인들이 입소하는 날 헌혈을 유도했지만 최근에는 훈련 도중에 헌혈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간기능 수치가 높아져 탈락률도 높아졌다.

경남 혈액원에서는 “방학이 끝나는 9월부터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헌혈의 집을 업그레이드 하고 헌혈증서를 바꾸며, 헌혈자에 대한 각종 할인혜택 등으로 헌혈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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