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창원에 사는 독자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왜 진주시민은 경상대-창원대 통합에 반대하느냐, 크게 봐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내용이었다.

   

장황한 설명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지만 기분이 찜찜했다. 왜 진주시민들은 경상대 통합에 반대할까. 시민들과 대화를 해 보면 통합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실제로 지난해 통합에 합의했을때 진주시민은 반대하지 않았다. 거의 다 뺏기는 통합이 진행됐지만 말이다. 본부가 진주에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기를 쓰고 반대한다. 본부를 창원에 둔다는 기초합의서에 대해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회, 상공회의소, 서부경남 8개 시군 등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 왜 본부에 집착하는 것일까. 물론 대학본부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만약 본부가 창원으로 간다면 진주는 빈껍데기만 남을 것이란 불안감이 저변에 깔려 있다. 경상대 조무제 총장이 한의학전문대학원 등의 효과를 너무 간과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시민들의 가슴에 와 닿진 않는다.

앞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인데 만약 본부가 없다면 일명 진주캠퍼스는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진주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이른바 ‘뺏기는 정서’도 한 몫한다. 도청을 뺏겼고, 지역의 가장 큰 기업인 대동공업도 떠난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인 경상대마저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또 반드시 본부가 창원에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경상대는 진주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가장 큰 기업의 본사(?)가 합병과 동시에 지역을 떠나는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통합 진행 과정도 진주시민들을 분노케 한다. 통합 실무자는 기초합의서 작성 직전까지 사실무근이라고 둘러댔다. 기초합의서 과정에서 진주시민들의 뜻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변한 기업 하나 없는 진주, 교육 이외는 제대로 된 산업 하나 없는 진주, 도청을 뺏기고 나서 아직까지 시린 상처를 안고 있는 진주, 진주시민들이 경상대에 매달리는 것은 아주 절박한 현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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