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밥’ 이 문득 그리울 때

가을비가 보슬보슬 예고도 없이 찾는 이맘때면 삭히고 묵힌 ‘할머니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밭일 나간 할매를 찾아 “얼른 밥 달라”조르고 싶을 때, “우리 강아지 좀만 기다려 봐라이, 할매 퍼뜩 해 줄거마”한마디가 간절할 때가 그럴 때다.

함안 산인고개를 지나 산인파출소 바로 옆을 지나면 울창한 나무그늘 사이로 장독대가 늘어선 곳이 눈에 띈다.‘문득, 그리움’이라는 가게이름 그대로, 문득 그리운 옛 맛을 제대로 묵힌 곳이다.

   
 
 
가게 문을 들어서면 추억의 물건들이 먼저 반긴다. 허름한 작은 나무의자는 순박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고 비스듬히 놓여 있는 통기타는 양희은의 <하얀 목련>을 흥얼거리게 한다.

“8년 전 개업할 때만 해도 없던 물건들이예요. 하나같이 ‘이 가게에 어울릴 것 같다’며 단골손님들이 주고 가신 거예요.”

이 물건들은 주인 김희순(47)씨가 가게를 하면서 느끼는 보람들이다. 8년 전 어렵게 가게를 시작했다. 인테리어를 할 여유가 없어 자연으로 꾸몄다. 장독 위에 말린 꽃잎을 담아 그 위에 유리를 얹어 식탁을 만들었고 푯말과 등 감싸개는 한지를 이용했다. 2년쯤 지나자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람흔적이 느껴지는 가게가 됐다.

이 집의 소문난 대표음식인 비빔밥을 시켰다. 일명 ‘그리움 밥’이다. 들깨로 진득하게 무친 숙주나물, 된장이 자작하게 스며든 깻잎나물, 군 맛이 사악 퍼지는 시래기국, 된장양념이 덕지덕지 묻은 풋고추까지 옛날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그 맛 그대로다.

된장은 매년 앞마당 장독대에서 푹 삭힌다. 그 된장으로 만든 비빔양념이 등장했다. 쓰으쓱 비비고 한 입 크게 넣었다. 칼칼한 나물느낌이 맴돌더니 이어 진한 된장여운이 끝맛을 돋운다. 몇 숟가락 뜨지 않았는데 금세 동이 난다.

땅 속에서 푸욱 삭힌 2년배기 묵은 김치는 이 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곁반찬이다. 마냥 신맛이 아니다. 알싸한 맛이 깔끔하게 끝나고 이어 깊은 맛이 입가에 맴돈다.

“정원 손질하러 오신 아저씨가 그러시더라고요. 마당에 지렁이가 많은 것을 보니 땅 힘이 참 좋은 것 같다고. 은근한 맛이 배어있어 김치냉장고에서 임의로 익히는 맛과는 좀 다를 거예요.”

후식으로 ‘요염차’가 나온다. 표현대로 곱다. 그 차의 비밀은 독자에게 맡긴다.

   
 
 
△위치 : 함안 산인면 모곡리 918-4

△전화 : (055)583-1666

△주요메뉴 : 그리움 밥+요염차 6000원, 그리움 밥+대추차 8000원, 버섯덮밥+요염차 8000원, 버섯찜 1만원

△영업시간 :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차 : 가능

△카드 :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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