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하동 처가에 가서 간만에 어르신들 일을 도와 드렸다. 꼭지만 열면 물이 콸콸 나오는 도시에서 나는 가뭄이 그처럼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마을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였고, 천수답에는 물이 말라 어린 모들이 맥없이 쓰러져 있는 모습은 가뭄의 심각성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물이 절실하다. 가뭄으로 물의 중요성이 전국적으로 급부상하고 있을 때 정부는 느닷없이 중소형 댐 12개를 건설하여 물부족사태에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평상시 같으면 그런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했을테지만 가뭄 때문에 노동자파업까지 비도덕적 행위로 매도하는 판에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는 정부에게 누가 쓴소리를 하랴. 어쩌면 정부는 오직 댐을 건설하기 위해 100년만의 가뭄을 기원했을지도 모른다. 전국이 바싹 말라 정부에게 댐을 지어달라고 호소하기를 기도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원이 이루어질 때를 대비해서 댐 건설계획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그 시점에 그런 계획이 나온다는 것은 현 정부의 주먹구구식 물정책을 집행하는 수준에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물을 평소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저장할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산 깎아 아파트 짖지 말고 논 엎어 러브호텔 짖지 말고, 길마다 콘크리트.아스팔트 깔지 말아서 땅이 최대한 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보라. 사람을 위해 자연을 훼손한 결과 물부족과 가뭄을 초래하였는데 다시 자연을 훼손하여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댐은 안된다. 한시적으로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생태와 환경의 파괴를 가져오는 댐은 안된다. 후손들에게 빌려서 살고 있는 이 산하는 우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고기와 동물이 살 수 없는 땅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정부당국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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