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서예의 계보를 이은 은초 정명수선생의 장례식이 어제 진주미협장으로 치러졌습니다.

은초는 밀양 ‘영남루’ 현판의 주인공 성파 하동주로부터 추사체를 배워 90여 세수동안 비봉산 자락에 은거하며 지칠줄 모르는 작품활동으로 제주도의 소암 현중화, 서울의 일중 김충현, 부산의 청남 오제봉 등과 함께 일세를 풍미하는 대가의 면모를 남겼습니다.

은초의 대표작중의 하나인 촉석루 ‘남장대’ 현판은 외금강 총석정과 같이 촉촉 기립한 절벽위 진주성 누각에서 남강을 향해 ‘긴바람 휘파람소리에 거칠 것이 없었던’ 김시민 장군의 기상과 절개를 담은 듯이 힘과 뼈대를 가진 득의작으로 보입니다.

서예는 문·사·철(文·史·哲)이 두루 녹아 문자향(文字香)을 간직할 때 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고 보면 이제 그가 가고만 마당에 예술을 아는 사람들은 빈 공간을 느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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