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풍경

무지막지하게 고집 세고 제멋대로인 아이에게 부모가 잔소리만 늘어놓는 게 정답일까? 부모가 아이가 되어본다면?

아이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14일 오전 10시 30분 마산시립회원도서관 내서분관 옆 수풀이 우거진 ‘삼풍대(三豊臺)’ 공원에서 그녀를 만났다. 푸른내서주민회 내에 있는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이하 동화 모임)’ 대표 반숙희(39·마산시 내서읍 삼계리) 씨. 2주 후에 있을 푸른내서주민회 문화제 준비로 오늘 ‘동화 모임’ 식구들과 만나기로 했단다. 공원 한쪽 그늘이 드리운 벤치에 ‘동화 모임’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회의 준비에 한창인 그녀와 어렵사리 구석 벤치에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선 ‘동화모임’에 대해서 물었다.

주민회 내 동아리서 3년째 활동

“정식명칭이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이에요. 푸른내서주민회 동아리 모임 가운데 하나로 마산 지역에서는 유일한 동화 읽기 모임입니다. 해마다 스무 명 가량의 회원을 받아왔는데, 올해가 벌써 9기 쨉니다. 저는 7기 회원으로 3년 째 활동하고 있어요. 전국연합형태로는 ‘어린이도서연구회’ 모임이 있습니다. 저희가 단독으로 ‘동화모임’을 해 오다 전국모임과 연계해서 몇 해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전국 모임에 참여하는 게 힘들어서 작년부터는 자체적으로 활동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반 씨는 현재 11살, 8살 난 딸과 4살인 아들을 두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집 주변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 ‘동화모임’에 대해 알게 됐다고. 지금은 ‘동화 모임’에서 여력이 안 돼서 못하고 있지만, 몇 해 전만해도 ‘동화모임’에서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화 읽기 시연’을 했다고 한다. 이 때 반 씨는 동화모임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아이들도 관심 있어 해서 동아리 활동을 찾게 됐단다. 1년 정도 아파트 게시판 모집 공고를 보고 다닌 끝에 ‘동화모임’에 들게 됐다고.

“동화를 읽는다는 게 예전에 봐 왔던 것처럼 과장되게 동화 구연을 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책을 어른들이 직접 읽어보고, 아이들한테 권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 이해하는데 도움”

재밌게 읽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내용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강조점을 두고 동화를 골라 읽습니다.”

농산물을 고를 때 더 좋은 양질의 제품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몸에 좋고 아이들에게 이로운 동화책을 엄선하는 작업을 하는 게 바로 ‘동화 모임’이라고. ‘동화모임’은 매주 목요일 마다 각자 10권정도 읽어본 책 중에 공통적으로 읽어 봤고, 얘기해 봤으면 하는 책을 정해서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사실 같은 동화책을 읽어도 의견이 정말 다 다릅니다. ‘동화 모임’에 참석하는 부모들이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 다른 것뿐만 아니라 같은 책을 아이들에게 읽혔을 때도 흥미로워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양각색입니다.”

반 씨는 요즘은 동화책이 우리 정서에 맞게 나오는데, 특히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그림의 색과 부드러운 선 등이라고 말했다. 또한 반 씨는 말하듯이 쓰여 있는 ‘입말’ 동화책이 읽고 받아들이기에도 쉽다고 책 선정 시 중요한 점으로 꼽았다.

책 고를 때 그림의 색·입말 중요

“우리 4살짜리 막내는 <사과가 쿵>이라는 동화책을 닳고 닳도록 읽습니다. 동화책 한 페이지가 큰 그림 하나에 글이 한 줄인데, 애가 참 좋아합니다. 항상 읽어달라고 가져와서 잠자리에 들 때 마다 읽어줍니다.”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서 다른 것도 많을 텐데 동화책 읽기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다.

“일본 작가 책인데 <이슬이의 첫 심부름>이라는 동화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내 아이가 7살 때 집 근처 가게에 심부름을 보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층계 벨을 누르고 내려갈 때 두렵지는 않았을지, 아파트 밖에 있는 가게에 돈을 주고 뭔가를 살 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서술해 놓은 이 책을 읽고 ‘아~, 내 아이가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읽고 싶어하는 책 읽히는게 좋아”

반 씨는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느끼는 점을 세세하게 알 수 있었고, 아이들도 역시 책에서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쉽게 설명해 놓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라고 말했다. 그냥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 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서 애들이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반 씨는 1주일에 두 번 씩 도서관에 가서 본인, 남편, 초등학교 아이 둘의 도서 대출증 4개로 반 씨와 아이 셋이 3권씩 책을 빌린다고.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고를 때, 아이들이 원하는 책과 부모가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적절히 배합을 해서 고르는 게 좋다고.

“제가 자랄 때는 대체로 집집마다 전집류, 명작 동화를 사서 애들한테 읽혔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애들이 좋아하고 계속 읽고 싶어 하는 단편집을 골라 읽히는 게 더 좋습니다.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자연스레 책 읽는 습관도 생기고 무엇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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