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풍경
아이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우선 ‘동화모임’에 대해서 물었다.
주민회 내 동아리서 3년째 활동
“정식명칭이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이에요. 푸른내서주민회 동아리 모임 가운데 하나로 마산 지역에서는 유일한 동화 읽기 모임입니다. 해마다 스무 명 가량의 회원을 받아왔는데, 올해가 벌써 9기 쨉니다. 저는 7기 회원으로 3년 째 활동하고 있어요. 전국연합형태로는 ‘어린이도서연구회’ 모임이 있습니다. 저희가 단독으로 ‘동화모임’을 해 오다 전국모임과 연계해서 몇 해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전국 모임에 참여하는 게 힘들어서 작년부터는 자체적으로 활동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반 씨는 현재 11살, 8살 난 딸과 4살인 아들을 두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집 주변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다 ‘동화모임’에 대해 알게 됐다고. 지금은 ‘동화 모임’에서 여력이 안 돼서 못하고 있지만, 몇 해 전만해도 ‘동화모임’에서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화 읽기 시연’을 했다고 한다. 이 때 반 씨는 동화모임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아이들도 관심 있어 해서 동아리 활동을 찾게 됐단다. 1년 정도 아파트 게시판 모집 공고를 보고 다닌 끝에 ‘동화모임’에 들게 됐다고.
“동화를 읽는다는 게 예전에 봐 왔던 것처럼 과장되게 동화 구연을 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책을 어른들이 직접 읽어보고, 아이들한테 권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 이해하는데 도움”
재밌게 읽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내용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강조점을 두고 동화를 골라 읽습니다.”
농산물을 고를 때 더 좋은 양질의 제품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몸에 좋고 아이들에게 이로운 동화책을 엄선하는 작업을 하는 게 바로 ‘동화 모임’이라고. ‘동화모임’은 매주 목요일 마다 각자 10권정도 읽어본 책 중에 공통적으로 읽어 봤고, 얘기해 봤으면 하는 책을 정해서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사실 같은 동화책을 읽어도 의견이 정말 다 다릅니다. ‘동화 모임’에 참석하는 부모들이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다 다른 것뿐만 아니라 같은 책을 아이들에게 읽혔을 때도 흥미로워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양각색입니다.”
반 씨는 요즘은 동화책이 우리 정서에 맞게 나오는데, 특히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그림의 색과 부드러운 선 등이라고 말했다. 또한 반 씨는 말하듯이 쓰여 있는 ‘입말’ 동화책이 읽고 받아들이기에도 쉽다고 책 선정 시 중요한 점으로 꼽았다.
책 고를 때 그림의 색·입말 중요
“우리 4살짜리 막내는 <사과가 쿵>이라는 동화책을 닳고 닳도록 읽습니다. 동화책 한 페이지가 큰 그림 하나에 글이 한 줄인데, 애가 참 좋아합니다. 항상 읽어달라고 가져와서 잠자리에 들 때 마다 읽어줍니다.”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서 다른 것도 많을 텐데 동화책 읽기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다.
“일본 작가 책인데 <이슬이의 첫 심부름>이라는 동화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내 아이가 7살 때 집 근처 가게에 심부름을 보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층계 벨을 누르고 내려갈 때 두렵지는 않았을지, 아파트 밖에 있는 가게에 돈을 주고 뭔가를 살 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서술해 놓은 이 책을 읽고 ‘아~, 내 아이가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읽고 싶어하는 책 읽히는게 좋아”
반 씨는 동화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느끼는 점을 세세하게 알 수 있었고, 아이들도 역시 책에서 부모가 느끼는 감정을 쉽게 설명해 놓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라고 말했다. 그냥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 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서 애들이 뭔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반 씨는 1주일에 두 번 씩 도서관에 가서 본인, 남편, 초등학교 아이 둘의 도서 대출증 4개로 반 씨와 아이 셋이 3권씩 책을 빌린다고.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고를 때, 아이들이 원하는 책과 부모가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적절히 배합을 해서 고르는 게 좋다고.
“제가 자랄 때는 대체로 집집마다 전집류, 명작 동화를 사서 애들한테 읽혔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애들이 좋아하고 계속 읽고 싶어 하는 단편집을 골라 읽히는 게 더 좋습니다.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자연스레 책 읽는 습관도 생기고 무엇보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경제부에서 유통, 사회적경제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