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도 빈곤한 여성’ 에 희망을

“취업은커녕 자녀 보육조차 힘들다!”

여성노동자들의 이러한 외침이 단순한 푸념일까? 왜 여성노동자 특히 한부모가정 가장인 여성의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가? 설혹 이들이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손 치더라도 왜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나?

   
이러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단체가 경남에 만들어졌다. 빈곤여성 가장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희망본부’가 만들어진 것.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내에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빈곤추방여성노동권확보 마산창원희망본부(이하 희망본부)가 작년 6월부터 준비과정을 거쳐 8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이는 도내에서는 유일하게 여성노동자의 빈곤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탄생한다는 의의가 있다. 이에 창원 경창상가 5층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에 사무실을 둔 희망본부 본부장 김인영(43·창원시 안민동) 씨를 만났다.

여성가장 생활고 ‘심각한 수준’

여성노동자의 빈곤문제가 말처럼 쉽게 와 닿지 않는다고 얘기하자, 김 씨는 “사실 아직까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인지하는 수준은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일을 해도 빈곤한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3월 지역별로 9개 지부(서울, 인천, 부천, 안산, 대구, 광주, 전북, 마산·창원, 부산)를 두는 형태의 희망본부를 만들었다.

희망본부에 따르면, 국민기초보장 가구원 수별 여성 수급률은 91년 53.4%에서 경제위기인 98년 58.5%까지 증가했으며 줄곧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빈곤가구 가운데 남성가구주는 27.3%이며, 이에 반해 여성이 가구주인 경우는 66.6%가 된다고 한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는 작년 11월 1000명 가량의 여성 가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65%가 82만원 이하의 저임금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중 8.3%만이 정규직으로 나타났다.

“마·창 희망본부는 현재 자활사업참여자, 한부모가정 여성가구주, 전국가정관리사협회회원, 사회적 일자리 참여자들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65% 저임금·8.3%만 정규직

아무래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것은 기존 다른 단체들이 지도자가 중심이 돼서 정책을 연구하고, 지침을 하달하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본부에서 7월에 ‘빈곤추방,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희망 up 캠페인’을 벌였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9월에 한부모 가정을 위해 자녀와의 관계증진을 위한 교육, 자녀와 함께하는 캠프 등을 중심으로 펼쳐나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한부모 가정을 꾸려가며 힘들어하는 여성노동자에게 혼자서 힘겨워하지 말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자고 제안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지금 처한 현실에 대해 빈곤여성 가장이 개인적으로 자책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했다. 김 씨는 이는 개인적인 잘잘못이 아니라 여성이 노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에, 사회 구조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한부모 가정 지원 제도화돼야

‘왜 여성 빈곤이냐’라는 질문에 김 씨는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다”라며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한계와 비정규직으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있다”고 말했다.

남녀차별, 저임금 문제가 주된 이유라는 것.

또한 여성이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안정된 일자리가 부족하고, 사회제도, 사회적 편견이 있기에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부모 가정을 위해 제도적으로 돈을 빌려줘서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기회를 준다든지, 보육료 혜택을 준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 현실은 한부모 가정에게 대안을 만들어 주고 있지 않아요. 더군다나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측면도 있어요.”

제대로 된 일자리 제공 ‘급선무’

현재 희망본부는 전국 토론회를 9월에 개최하고, 한부모 가정에 대한 정책을 입안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최종 목표는 한부모 가정 지원을 제도화 시켜나가는 것.

“여성회에서 상담업무를 해오면서 여성들이 일을 못해서 겪는 문제가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여성 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에게 경제적 지원이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제공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 씨는 “사실 우리도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참 갑갑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5, 6학년 딸아이 두 명을 키우고 있어요. 남편의 도움으로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아이가 세살 때부터 제가 여성노동자회에서 활동하면서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았어요. 사실 제가 저임금 현실에서 아이 보육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빈곤여성노동자이기도 하죠. (웃음)”

빈곤추방여성노동권 확보 마산창원희망본부는 현재 한부모 가정 지원 상담을 위한 전담 전화를 개설했다. 264-0058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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