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거리극 새롭게 자체 개발할 때”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연극축제’들은 마임·서커스·무용 등과 같은 ‘넌버벌’ 공연을 구비하는 것을 하나의 정형으로 삼고 있다.

언어의 장벽을 어렵지 않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과 간단한 무대장치와 소도구만 갖추면 되기에 외국 극단을 초청할 경우에도 경비가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들 야외극은 ‘연극제’의 양념 역할에만 한정되어 생색내기용 공연에 그치고 있어 그 질적 수준은 답보 상태에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리극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새로운 형태의 거리극을 자체개발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 7일 거창국제연극제가 한창인 거창 수승대 거북극장에서 열린 ‘야외극의 양식과 방향’이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원현(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야외극을 주장하는 연극제에서 자체적 야외극 개발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외부 공연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 외국 유수 연극축제들의 거리극은?

2005년 프랑스 문화부는 ‘거리극 시대’를 선포했다. 이에 앞서 2003년에는 거리극 분야에 650만 유로(한화 약 85억원)를 지원했다.

이종일 집행위원장 “거리극 제작소 적극 추진”

특히 ‘오리악 축제’와 ‘샬롱 축제’는 ‘거리극’이 빚어내는 카니발적 요소를 가장 잘 담보하고 있는 행사로 평가받는데, 체육관·정원·광장·거리·장터·공원 등 가능한 모든 종류의 무대를 활용하며 도시의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직접 주민들과 대면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같은 거리극의 활성화가 가능한 것은 프랑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운영되는 ‘거리극 제작소’의 영향이 크다. 현재 프랑스 전역에는 15개 이상의 제작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철공소·목공소·의상제작실 등을 비롯해 극단배우들의 숙소와 취사실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 교수는 “제작소는 높고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새롭게 지어지지 않고 대부분 방치되거나 폐쇄된 건물들을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종일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프랑스의 실태를 경청한 후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고, 가슴이 뛴다”며 “거창에도 방치된 농공단지 등이 많은데 거창군과의 협의를 통해 ‘거리극 제작소’를 적극 검토하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거리극은 아니지만 올해 처음으로 극본 공모를 통해 선정된 <그 여자의 바다>라는 작품을 집행위 차원에서 자체제작 했다”며 “앞으로 가능하면 야외극과 거리극에 어울리는 희곡을 선정해 작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임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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