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상 열린사람들, 4개 프로 모니터

‘아침드라마’라는 장르가 있는 것일까?

물론, ‘아침드라마는 이래야 한다’는 공식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근래 아침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들을 아우르는 ‘틀’은 분명 존재한다.

▲ 왼쪽부터 <강이 되어 만나리(KBS1)>, <그 여자의 선택(KBS2)>, <이제 사랑은 끝났다(MBC)>, <사랑하고 싶다(SBS)>.
미디어 세상 열린사람들(www.mediayolsa.or.kr , 이하 미디어 열사)은 최근 발표한 ‘주부들이 원하는 아침드라마’라는 제목의 모니터 보고서에서 “(아침드라마)제작진이 아침 드라마를 꼬인 관계와 정신병적인 태도, 범죄 행위를 시험하는 장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며 이처럼 부정적인 내용의 드라마가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제작진이 시청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열사는 <강이 되어 만나리(KBS1)>·<그여자의 선택(KBS2)>·<이제 사랑은 끝났다(MBC)>·<사랑하고 싶다(SBS)>를 첫 회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모니터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제일 먼저 문제 삼는 것은 아침드라마의 소재다.

아침 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에는 △출생의 비밀 △사랑의 배신과 약탈 △가난과 한의 시대 되돌아보기라는 소재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여타의 드라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유독 아침드라마만이 한정된 소재에 매몰되어 있다.

“불륜 등 한정된 소재·선정성 도 넘어섰다”

더욱이 스테레오 타입형 소재에 ‘선정성’을 덧입히는 형태는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사촌 자매간에 사랑했던 남자를 주고받으며 결혼에 매달리며(그여자의 선택), 과거 애인과 인척이 되어 한집에 살며 온갖 음모와 술수를 일삼기도 하고(이제 사랑은 끝났다), 자신의 처남과 아내의 도피행각을 돕는가 하면(사랑하고 싶다), 자신이 갖고픈 사랑을 위해선 오빠 부부와 부모의 평화는 깨져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물(강이 되어 만나리)이 등장하기도 한다.

패륜이 곧 ‘선정성’과 대구를 이루는지 모르겠으나 ‘아침드라마’의 집요함은 계속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주장을 유포라도 하듯 여자들은 며느리·시어머니·올케·사랑의 연적 등 서로 배역을 바꾸어가며 끊임없이 반목하고 대결한다. 또한, 결혼을 ‘팔자 고칠 수 있는’도구로 여기는 ‘신계급론’ 역시 횡행한다.

미디어 열사는 “(아침 드라마 제작진들이) 연하남과의 사랑의 도피나 첫사랑과의 재회가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주부가 꿈꾸는 판타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차라리 판타지를 제공하려거든 아들이 비싼 과외 받지 않고도 단번에 대학입시 합격하는 것, 딸이 해외 연수 가보지 못해도 토플 만점 받는 것, 살림 노하우로 돈을 많이 버는 것 등 주부들의 절박한 관심사를 다루라”고 꼬집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