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당국 소극대처-사태악화



“그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저와 같이 놀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저를 패라고 시키기까지 하고, 정말 세상 살맛 안 납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답답하기만 합니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피해자 부모로서 겪은 일을 세상에 알리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모임인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http://www.uri-i.or.kr) 사이트에는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의 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이유없이 흔히 ‘왕따’라며 따돌림에 구타까지 당하는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가지가지 사연이다. 하지만 대부분 글을 올린 아이들이 집단따돌림이나 교내폭력에 시달려 ‘학교에 가기 싫다’거나 ‘죽고싶다’는 말을 마지막에 남길 정도로 아이들의 정신.육체적 고통은 심각하다.
학교폭력은 어느날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해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고 이에 반해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열흘동안 도내에서도 단순폭력차원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충격을 던져주었다.
13일 창원에서 발생한 한 여중생 폭행사건이 좋은 예다. 가해학생들은 학교에서 집단폭행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학생의 집에까지 찾아가 식초와 간장을 섞어 먹이고 폭력과 함께 집기를 부수기까지 했다.
13일엔 옥살이하는 친구를 뒷바라지한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돋을 뜯고 폭력을 휘두른 고등학생 15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은 결국 못숨을 앗은 사례. 지난 8일 하동에서는 후배를 길들인다며 행한 폭력으로 한 학생이 급기야 목숨을 잃게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학교폭력에 대처할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지난 97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학교폭력의 일반적인 특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폭력을 가장 많이 당한 장소로 학교안이 35.3%, 놀이터 28.1%, 학교주변 27.9%, 주택가 27.1% 순이었다.
조사결과 학교안 및 학교주변에서 폭력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폭력피해 후 교사나 학교에 신고하는 경우가 10% 안팎으로 조사돼 학교에서 효과적인 예방이나 일처리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폭력을 당한 후 가족에게 신고한 경우가 40%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정작 ‘보복이 두려워서’ 혹은 ‘얘기해봐야 소용없다’는 대답이 60%에 이를 정도로 폭력피해 해결에 불신을 갖고 있었다.
부모도 자녀의 폭력에 대해 ‘피해가 적어서’(57.7%), ‘소용없다’(24.6%), ‘보복의 두려움’(6.2%)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학생과 부모의 소극적인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학교폭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선 학교나 교육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도 학교폭력을 뿌리뽑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다.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교폭력 신고센터도 피해학생이나 부모.학교가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내실있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관계자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학교폭력이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애정과 관심 속에서 단속과 지도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학교폭력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며 “폭력을 줄일 수 있는 대책마련을 위해 가정.학교.지역사회.정부.청소년단체 등이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방과 대책

학교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매일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픈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과 대책이 중요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학교폭력의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낌새
△비싼 옷이나 운동화 등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린다 △몸에서 다친 상처나 멍자국을 자주 발견하게 되며, 물어보면 그냥 넘어졌다거나 운동하다 다쳤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나 공책.일기장 등에 ‘죽어라’ 또는 ‘죽고 싶다’와 같은 폭언이나 자포자기 표현이 쓰여 있다 △용돈이 모자란다고 하거나 말없이 집에서 돈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풀이 죽고 맥이 없거나 입맛이 없다고 하면서 평소 좋아하던 음식에도 손대지 않는다 △두통.복통 등 몸이 좋지 않다고 호소하며 학교가기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자기방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거나 친구에게 전화 오는 것조차 싫어한다 △친구.선배들에게서 전화가 자주 걸려오고, 그때마다 난처한 표정으로 부모님의 눈길을 피하여 자주 불려나간다 △갑자기 전학을 보내달라고 한다 △멍하니 있다가 뭔가 심각하게 골똘히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락을 안 가져가려고 한다 △평소보다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
▲교사가 발견할 수 있는 낌새
△수업시간에 특정학생에게 야유나 험담이 많이 나온다 △잘못했을 때 놀리거나 비웃거나 한다 △학급 집단속에 몇 개의 폐쇄적인 소집단이 생긴다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야외활동시간에 집단에서 떨어져 따로 행동하는 학생이 있다△옷이 지저분하거나 단추가 떨어지고 구겨져 있다 △안색이 안 좋고 평소보다 기운이 없다 △친구가 시키는 대로 그대로 따른다 △항상 힘 겨루기의 상대가 된다 △혼자서만 하는 행동이 두드러진다△주변 학생들에게 험담을 들어도 반발하지 않는다 △청소당번을 돌아가면서 하지 않고 항상 한 학생이 한다 △자주 지각을 하거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결석하는 학생이 있다 △평소보다 어두운 얼굴표정으로 걱정이 있고 수업에 열중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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