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성 묘사로 사회에 던진 충격


코니(=채털리 부인)는 오두막에서 갓 태어난 꿩으로부터 생명의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코니는 전쟁에서 하반신 불수가 된 귀족 클리퍼드와 결혼해 있다. 성과 삶에서, 자신을 위한 몫은 남겨져 있지 않는 여자. 알을 품은 어미닭과 귀엽고 또렷한 머리를 움직이는 새끼꿩. 오직 클리퍼드를 위해 맞춰져 있고 성과 사랑에서 메마른 코니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눈물을 떨어뜨리는 코니. 이를 지켜보던 산지기는 ‘영원히 꺼져버렸다고 생각했던 옛날의 불꽃이 허리께에서 힘차게 솟구쳐오른 것’을 깨닫는다. 클리퍼드에게 고용된 산지기 멜러즈의 아내는 이미 바람이 나 집을 나간 상태다.
코니는 산지기가 하라는 대로 담요에 누웠다. ‘산지기는 코니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을 어루만지며 키스를 퍼부었다. 잠깐 동안 배꼽에 입을 맞추고 곧장 부드럽고도 잔잔한 몸 안의 평화 속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코니는 산지기의 뺨이 자기의 넓적다리로, 배로, 엉덩이로 미끄러져 애무하고 숱 많고 부드러운 머리와 수염이 마치 솔질하듯 스쳐가는 것도 느꼈다. 그러자 두 무릎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내부 깊숙한 곳에서 새로운 흥분의 진동과 새로운 적나라한 감정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가 애무와 쾌락의 절정을 넘어 그녀 속으로 힘차게 들어왔을 때도 그녀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 누워 있었다. 그녀의 몸 속에 담긴 그의 동작을 느끼고 깊숙이 잠긴 그의 격정을 느끼고 정액을 쏟을 때의 부르르 떨던 경련을, 무섭게 내리누르던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남자) 엉덩이의 내리미는 동작, 그것은 확실히 우스꽝스런 것이었다.’
D. H. 로렌스는 1930년 45살로 죽기 직전인 28년에 <채털리 부인의 사랑 designtimesp=14768>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자기 돈을 들여 찍어냈다. 성 묘사가 자극적이고 노골적이고 자세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돈을 노리는 해적판이 곧바로 나돌기 시작했다. 반면 로렌스의 원본은 미국 세관에서 걸렸으며 곧이어 영국에서도 금지됐다.
인쇄와 관련된 작은 이야기 하나. 로렌스가 조판공에게 말했다. 영어를 모르는 이탈리아 남자였는데 막 두 번째 아내를 맞아들였을 때였다. “소설에는 이런저런 말과 여러 가지 묘사가 있으니 싫으면 거절해도 좋소.” “자세히 말해 보시오.” 이야기를 다 듣고 조판공이 말했다. “난 또 뭐라고. 겨우 그런 말이오. 우리가 날마다 하는 것 아닙니까.”
출판 2년 뒤에 쓴 글에서 로렌스는 “자연적인 생리를 나쁘다고 여길 필요는 없으며 성(性)을 충분히, 완전히, 정직하게, 청결하게 생각하기 바란다”며 “모든 처녀들에게, 열일곱 살쯤 됐을 때 읽히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성행위 자체가 아니라, 성행위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삭제판이 아닌 완전판은 30년이 지나서야 합법으로 출판할 수 있었으므로 로렌스의 바람이 생전에는 이뤄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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