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다 하면 육개장

푹 잤는데도 몸이 찌뿌둥하다. 팔다리도 쑤시는 것 같고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하다. 입맛도 없다. 평소에 잘 먹던 음식도 왠지 당기지 않는다. 입맛 살릴만한 보양식 없을까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어른들이 말씀하기를 잘 먹은 음식이 제일 좋은 보약이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은 여유를 잃지 않고 음식으로 복더위를 쫓았다. 전통음식 전문가 김영복 경남대 전통 식생활 문화 연구소장과 진주 전통음식 맥을 잇고있는 정계임 일신요리학원장에게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우리 전통 여름 보양식을 물었다. 그들이 추천하는 우리전통 보양식은 무엇일까.

△두 전문가의 추천 보양식‘육개장’

두 전문가가 추천한 우리조상들의 최고 여름 보양식은 육개장이다. 더운 여름 땅굴이 더 시원해지듯 우리 몸도 외부온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내장은 더 차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조상들은 외부온도가 몸 안에 온도와 비슷하게 하기 위해, 즉 ‘이열치열’하기 위해 뜨거운 육개장을 먹었다. 여름에는 대파의 파란 잎을 듬뿍 넣어먹으면 좋다. 대형마트에서는 파란 잎을 다 떨궈내고 파는데, 파란 잎이 여름에는 보약 중 보약이다. 파란 잎이 여름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C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시원한 맛도 우러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파란 잎 부분을 그대로 갖고 와 펄펄 끓는 물에 소금 넣고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다. 끈적끈적한 진을 씻어내고 길게 찢어 육개장에 넣는 것이 여름 육개장 끓이는 비법이다.

   
김영복 경남대 전통 식생활 문화 연구소장


△ 곡물 음양조화 맞춘 ‘흑삼계탕’

여름철에 소음인은 삼계탕이 제격이고 소양인은 수박·오이 등 차가운 음식이 좋고 태음인은 콩국수가 맞고 태양인은 신선한 야채를 많이 먹으면 좋다고 한다. 사상체질별로 여름나기 요령이 있듯 곡물에도 음양의 조화가 중요하다. 찹쌀은 양이라면 녹두는 음이요, 닭이 양이라면 물은 음이다. 그가 86년도 곡물과 야채 궁합을 맞춰 만든 보양식이 있었으니 바로 흑삼계탕이다. 김영복 소장은 여름에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흑삼계탕…음양 조화로 스태미너 ‘불끈’

흑삼계탕은 검은깨, 찹쌀, 녹두, 수수, 조, 율무, 검은콩이 들어간다. 여기에 채 친 당근과 인삼, 대추를 더해 삼계탕처럼 끓이면 음양이 조화가 잘 된 흑삼계탕이 완성된다. 그는 전통음식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았던 주인공이다. 그래서 남해안 지역의 장어국에서부터 지리산 산촌의 보양식인 어탕까지 안 먹어 본 보양식이 없을 정도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보양식이 있다.

고성 국민관광단지 근처 장터에 가면 맛 볼 수 있는 염소국밥이다. “염소는 전골이나 불고기는 많아도 국밥은 드뭅니다. 염소 특유의 냄새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집 염소국밥은 오히려 특유의 냄새는 간데 없고 담백함만 남아있습니다. 손님이 많아 오후 3시가 되면 동이 난다더군요. 꼭 다시 한번 맛 보고 싶은 보양식입니다.”

   
정계임 일신요리학원장


△ 전통청량음료‘재호탕’‘오미자수박화채’

옛 임금들이 여름이면 찾던 궁중 음료가 있었다. 바로 재호탕이다. 까맣게 태운 매실인 오매 150g, 백단향 50g, 사인50g, 초과 10g을 넣고 약탕관이나 오지솥에 담고 찬물 10컵 정도 부어 달인다. 오매의 살이 완전히 풀어질 때까지 뭉근하게 삶아 베 보자기에 싸서 즙을 낸 후 거른 즙에 꿀을 섞고 단지에 담아 꼭 봉해서 차가운 곳에 보관해 둔다. 마실 때는 찬물 1컵에 큰 술을 타서 얼음과 잣을 띄워 마신다.

재호탕…여름 갈증과 안녕

재호탕이 갈증해소에 그만이라면 오미자화채는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인 전통청량음료다. 오미자는 맛과 색깔이 잘 우러날 뿐만 이날 갈증를 없애주고 신장을 보호해 줄뿐만 아니라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도 있다. 오미자를 깨끗이 씻어 하루정도 담근다. 빛깔이 곱게 우러나면 국물을 고운 체에 받쳐 내린 다음 여름 과일을 넣어먹으면 여름철 더위해소에 그만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