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점은 ‘흥미’ 마무리는 ‘엉성’

과학잡지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EBS <사이언스 매거진 N(매주 화요일 오후 11시)>은 일주일 동안 일어난 각종 과학 소식과 이슈가 되는 사안들을 소개한다. 또 적절한 해설과 실험이 곁들여진다.

   
그동안 과학이나 수학이라는 단어 앞에 ‘쉽게 풀어쓰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과 TV 프로그램은 많았다. 그렇지만 <사이언스…>를 설명하기에는 그 수식어가 2% 부족하다. ‘매거진’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소식’과 ‘기획’을 적절히 배합해 만든 주간 잡지와 무척이나 닮았다. 물론, 읽기가 무척 힘든 전문잡지의 형식은 아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꾸며졌다. 지난 2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2회분이 방송되었다.

일주일동안 일어난 과학계 뉴스를 전하는 ‘위클리 뉴스 7’과 ‘월드 N 사이언스’는 <동아사이언스> 김상연 기자가 직접 출연해 과학 뉴스를 해설한다. 이렇게 간단한 워밍업을 한 후에 본격적인 ‘기획’으로 들어간다.

독특한 소재, 얕은 취재력에 퇴색

첫 번째 기획으로 ‘이슈 속으로’가 있다. 지난 7월 28일과 8월 1일에는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주위력 결핍 과다행동장애 ‘ADHD’와 대학생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을 계기로 조명해본 ‘사이버 폭력’을 각각 다뤘다.

각종 저널리즘을 통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안들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ADHD’편에서는 주위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는 그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하나의 질병으로 접근해야 하며, 환경 오염과 깊은 연관성이 있어 혈중 납농동가 높을수록 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진단한다. 물론, 계속해서 이야기되어온 각종 자료들을 짜깁기한 흔적은 역력하다. 그러나 과학 이슈를 포착해 다방면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사줄만하다.

흥미유발 면에서는 ‘미스터리 N’이 한 몫 단단히 한다. ‘괴물이 실제 존재하나’, ‘심령사진은 진짜인갗, ‘관상이 과연 운명을 결정하나’ 등의 주제를 다뤄왔다.

잡지 같은 프로 표방 ‘아직 미흡’

지난 28일 방송된 ‘심령사진 진위’ 편에서는 실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심령사진’들을 소개하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한다. 8월 1일 ‘관상 바꿀 수 없는 운명의 지도인갗 편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의 관상을 분석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기획이긴 하지만 그 완성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슈속으로’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자료들의 짜깁기와 취재력 부족이 옅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문제는 바로 그 결론 도출이 엉성하다는 데 있다.

‘심령 사진’편에서는 “확실하지 않다”라는 결론으로 첫 질문으로 회귀했고, ‘관상’편에서는 “후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지만 역대 대통령 눈에는 ‘쌍꺼풀이 없고 눈매에 힘이 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온다.

잘 정돈된 과학 소식과 같이 이슈 분석에도 약간의 교통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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