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미국 ‘러브커넬’ 사건

지금까지 중금속 폐기물 매립으로 말미암은 환경 재앙 가운데 가장 크다고 알려진 것은 미국 북부 나이애가라시(市)에서 1980년 터져나온 러브커넬(Love Canal) 사건이다.

1892년 윌리엄 러브라는 사람이 나이애가라 폭포에서 대서양까지 10km에 이르는 운하(canal)를 건설하려던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땅이름이다.

▲ 그림 권범철
선천성 기형 속출


러브는 이렇게 운하를 만들기 위해 너비 15야드 깊이 10~40피트로 1.6km에 이르는 웅덩이를 팠으나 1910년 경기 불황이 닥치면서 사업 추진을 멈추고 말았다.

그 뒤 이 땅은 1942년 후커(Hooker)라는 화학회사가 인수했는데 후커는 공장에서 화학물질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 등을 200ℓ들이 쇠통에 담아 러브커넬에 파묻기 시작했다.

후커가 이처럼 1950년까지 파묻은 화학 폐기물은 2만2000t 안팎에 이르렀는데 성분별로 보면 염소 400t, 벤젠 200t, 페놀 200t, 헥사클로로시클로헥산 6900t 등이었다.

후커는 매립이 끝나자 1952년 나이아가라시 교육위원회에 러브커넬 일대를 기증했고 교육위는 여기에다 초등학교도 세우고 일부는 주택지로 활용했다.

산모 유산율 증가

1970년대 초반 들어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1976년에는 가로수가 죽어갔고 연못에서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으며 토양에서도 유독 성분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당시 뉴욕주는 러브커넬 일대에 대한 역학(疫學)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이 지역 여성의 유산율이 다른 지역보다 4배 가량 높다고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73~78년에 태어난 16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9명이 정신지체장애가 있거나 선천성 기형이 있는 아이라는 점도 함께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 비소와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마산 해운동 한국철강 터.
‘죽음의 도시’ 전락


미국 환경부는 78년 8월 역사상 처음으로 러브커넬 일대를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당시 살고 있던 238가구에게는 곧장 떠나라고 명령하는 한편 초등학교도 폐쇄했다.

또 80년 5월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 러브커넬 둘레에 있는 800가구를 환경재난지역에 더했으며 9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복원작업이 이뤄졌으나 러브커넬은 여전히 사람이 살지 못하는 지역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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