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는 무대위의 예술이다”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태양 안에 사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라는 ‘삼족오(三足烏)’. 23일 제2회 한국무예예술대전에서 ‘삼족오’를 만날 수 있었다.

고구려인들의 기상을 이어받아 전통 무예를 익히고 대중 공연도 여는 민족무예예술단 ‘삼족오’ 단장 이춘삼(34·김해 장유면 관동리) 씨를 만난 것. 그는 이날 대회에서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해 축하 공연을 했고, 그가 가르치는 ‘삼족오’ 제자들의 공연도 기획했다.

   
오전 8시 30분 공연 준비에 바쁜 이를 붙들고 속사포처럼 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침착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무예에 대한 생각들을 여실히 전달했다.

그를 만나자마자, 사람들이 쉽게 하기 힘든 무예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남해 시골에서 부모님 농사 거들면서 지냈는데, 어렸을 때부터 몸이 많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단전호흡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하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들려고요. 본격적으로 청학동 삼성궁에서 한풀승사님한테서 검술 등의 무예를 배웠습니다.”

시골 부모님은 그가 무예를 배우는데, 어떠한 반대도 없었다고. 그는 청학동 사부님이 가르치는 폭포 수련, 토굴 참선 등을 무던히 배워나갔다.

“무예를 배우고 익히는 일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겐 무예가 그저 물 흐르듯이,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무예는 좋아서 하는 것이고, 제 삶의 연속입니다.”

모범 수련생이었다는 이 씨는 내 안에 있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거듭나기 위해,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예를 계속해서 하고 있단다.

동네 아파트 공연·연극과 접목 등 대중화 노력

그의 범상치 않은 외모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수련복을 입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빗어 넘겨 붉은 천으로 된 머리끈으로 묶고 있었다. 왜 무예를 하는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느냐, 삼손처럼 머리카락이 힘의 원천이냐, 한번도 자른 적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나도 대한의 건아인지라, 군 입대할 때는 머리카락을 잘랐었다. 그 이후 쭉 길렀다. 특별히 자를 이유가 없었다”고 조금은 기대를 저버리는 답을 했다.

청학동에서 수련을 한 후 그는 기를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를 익히기 위해 창원으로 가서 새로운 수련 과정을 거쳤다. 그 가운데 하나가 택견.

“택견은 맨손으로 춤추듯이 하는 동작들이 소박한 자기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좋아 지금은 김해에서 택견을 가르치고 있기도 합니다. 제 인생 반려자를 만난 것도 택견 덕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가 저한테 택견을 배우러 왔다가 서로 사랑하게 됐죠.”그가 ‘이크’, ‘에크’ 기합소리를 넣으며 품밟기 동작 하나하나를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는데, 이 씨의 아들 녀석도 배운 도적질(?)이라고 동작을 따라하는데 여념이 없다고. 검술 동작을 연습 때는 아들이 작대기 하나 들고 요리조리 휘두르며 따라하는 모양이 그지없이 흐뭇하단다.

“저는 무예가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예를 스포츠가 아니라 문화예술 공연 분야라고 생각하고 무대 위에서 더 많이 대중들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몸 약해 시작·청학동서 수련…김해서 택견 가르쳐

이 씨는 무예를 예술 공연으로 승화시켜 보이기 위해 창원예술극단과 함께 ‘무림협객열전’을 열어 연극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생명의 몸짓’ 등의 공연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고.

“무예를 무대위에 올리기 위해서는 무예자체만으론 안 됩니다. 그래서 베꾸마당 팀과 악(樂)을 맞춰서 공연을 했습니다. 시나위에 맞춰서 공연을 한 적도 있고요. 소리가 우람하고 깔끔한 태평소를 좋아해 따로 배워가며 공연에 좀더 친숙해지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공연이 있기 전 인터뷰를 마치고 행사가 시작됐다. 이 씨가 무대중앙에 흰 천을 깔고 사뿐히 몸짓을 놀려가며 택견을 이용한 춤을 추는 모습과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구성된 ‘삼족오’ 제자들의 군무를 지켜봤다. ‘삼족오’는 다른 무예팀이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검술 등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부드러움과 강함이 교차하는 맨손무예를 선뵀다. 흉내 낼 수 조차 없는 무예보다 유연함을 많이 보여주는 택견이 대중들에게 친숙해보였다. 공연 전 인터뷰 말미에 밝혔던 그의 포부가 생각났다.

“저는 아파트에 살면서, 동네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예를 보여주는 공연을 자주 합니다.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무예를 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심신을 수련하며 함께 할 수 있는 무예학교를 여는 것이 제 꿈입니다.”

/사진 오태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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