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작정을 하고 덤비는 데 안 넘어갈 남자가 어디 있어요.” “나이를 속이는데 어떻게 미성년자인지 알아요.” “요즘은 오히려 애들이 미성년자임을 밝히며 어른을 협박한다던데요.”
직장인대상의 성교육을 나가서 청소년 성매매(원조교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중년남성들로부터 일방적인 피해자인양 하는 볼멘소리를 자주 듣는다.
작년 7월부터 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미성년자의 성을 쉽게 사던 성인들이 줄줄이 창피를 당하면서 기소되었고, 성인남성들은 아마 남의 일 같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6일 서울지검 소년부(부장 신만성)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성매매에 나선 19살 미만의 청소년을 윤락행위방지법에 위해 처벌할 수 있도록 청소년보호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검을 통해 법무부에 내고 청소년성보호법.청소년보호법.소년법 등 청소년관련법 개정도 함께 요청했다는 기사보도를 보니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라도 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성인을 협박하는 청소년들에게서 남자성인들을 보호하려는(누구나 상대남성이 될 수 있으니) 동료애로서, 이대로는 당할 수 없다.
당하기 전에 불여튼튼 대비책을 마련해야지! 어린것들에게 우리 어른 남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자! 나의 속 좁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검찰관계자는 ‘다른 청소년범죄는 처벌하면서 매춘청소년은 처벌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이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이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오인해 성범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말로 법개정의 정당성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 법질서를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특히 청소년계도의 최선봉에 선 검찰 소년부가 청소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매춘청소년까지 처벌해야 법의 형평성에 맞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범죄를 저지르는 다른 문제청소년까지 내 자식 품듯이 가르치고 또 가르쳐 다시 사회에 내보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하는 것이 판단 미숙한 아이들에 대한 어른의 도리가 아닐까.
현재 청소년성보호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성매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난 7월 이후 성매매로 기소된 성인남성 83명 가운데 6%인 5명만이 실형이 선고됐다는 분석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의 집행은 궁예의 쇠몽둥이 법봉이 아니라 소리만 시끄러운 종이방망이였던 것이다. 그러면 검찰의 주장대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성매매를 한 청소년들은 왜 생겼는가. 아이들만의 잘못인가. 성폭력 발생 세계 1.2위, 미성년자 매매춘 종사자 약 30만명, 한국만의 특별한 성접대문화 이런 추악한 성문화는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인가.
늦은 밤 여자고등학교나 학원 앞에 가면 밤늦게 공부마치고 가는 여학생에게 들러붙어 한시간에 20만원 30만원 속삭이는 중년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이야 피해버리겠지만 한시간만 놀아주면 몇 십만원이 생긴다는데, 그 돈으로 TV에서 제 또래 연예인이 선전하는 핸드폰도, 최신유행 옷도, 화장품도 사고, 친구들과 나이트에서 신나게 놀 수도 있는데 하는 여자아이들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청소년의 눈에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보일지 한번 상상해보자. TV.영화.가요.인터넷 등 대중문화를 통해 온갖 사탕발림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어른들, 그 유혹에 넘어갔다고 무서운 법의 칼을 휘두르는 어른들, 그걸 보고 재미있다고 돈벌이가 된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어른들. 아마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이런 이중성에 환멸하며, 어른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아주 빠르게 자신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이중적인 어른으로 닮아가지 않겠는가.
법이 인간적인 삶보다 우선이라면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행복추구권과 누구나 자기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청소년들에게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청소년성매매에 관련된 청소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가혹한 법 처벌이 아니라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려는 어른들의 배려와 관심과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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