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처럼 ‘착’ 달라붙는 ‘시민 밀착형’ 의원 될게요”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마산 내서읍 삼계 사거리. “잘 지내십니꺼, 뭐 힘든 건 없고예. 내사 그렇지예 뭐, 허허.”

습관처럼,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사람만 보인다 싶으면 안부인사를 던지고 너스레 웃음을 짓는다. 싱거운 농담도 마다 않는다. 동네일꾼으로 당당히 마산시 의회에 입성한 송순호(36) 의원을 만났다.

▲ 사진/박종순 기자
배지만 달았을 뿐이다. 그는 10여 년을 함께 한 삼계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예전처럼 마을을 함께 바꿔가던 일꾼이다. 그 또한 ‘동네 가려운 곳 없나’ 항상 안테나를 곤두세우던 동네 젊은이다.

그렇기에 1위 당선 내막에는 뭐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동네 주민이 마산시민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고충을 알아차리고 바꿔가던 역할을 의원이라는 배지만 달고 하는 것뿐이다.

2002년 고배를 마시고 재출마했다. 그만큼 욕심이 났던 이유가 있다. 고충을 해결할 통로가 막히는 것을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였다.

“푸른내서주민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억울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동네 사업인데 동네주민도 모르고 순식간에 진행됐습니다. 내서 톨게이트 요금도 이미 사업이 80% 진행된 상태에서야 알았습니다. 은근슬쩍 아파트 허가부터 내줬더군요. 어느날 보니 탁 트인 산을 막고 20층이 넘는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두 손 놓고 봐야만 했습니다. 정보 통로는 없고 사업이 다 진행된 상황에서 반대시위를 하기에는 늦었습니다. 정보를 쥐고 있는 의원도 주민동의도 없이 구렁이 담 넘듯 일을 처리하는 시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넋 놓고 당할 수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심정은 요즘처럼 미적미적 내리던 장맛비와 같았다. 부슬부슬, 참 모질게 내린다. 그가 선택한 맛은 눅눅한 날씨를 얼큰함으로 씻어줄 낙지전골이다. 삼계에 있는 할매낙지전문점을 찾았다.

합천이 고향이라 삭힌 맛에 익숙하다.

의원 배지만 달고 고충 해결할 뿐

고등어도 산 놈보다는 간고등어가 입에 착 맞고 팔팔 뛰는 회보다는 잘 숙성된 육고기가 편하다. 낙지를 선택한 이유는 그래도 살아있는 해산물 중에 유일하게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산에 산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회는 잘 못먹습니다. 반면 돼지국밥이라면 사족을 못써요. 국밥도 맑은 국보다는 고기에서 국물이 진하게 우러난 것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잘하는 곳이 함안에 있어요. 하지만 뭐라뭐라 해도 우리동네 음식을 소개해야죠. 이분들이 절 믿고 밀어주셨는데….”

의회에서 상임위는 기획행정위원회를 맡았다. 마을도서관 조례를 준비중이다. 가까이 있는 창원만 해도 마을 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마을도서관이 30개가 넘는데 마산은 호계에 있는 책사랑회가 유일하다. 사립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다.

“집에서 몇 발짝만 나가면 갈 수 있는 마을도서관은 책을 대출하는 공간이 아니라 이웃끼리 소통할 수 있는 사랑방입니다. 어머니들이 아이 데리고 왔다가 교육문제·동네 문제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게되는 공간이죠. 주민 스스로 동네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통로인 셈입니다. 마을도서관은 주민자치 밑거름이기에 꼭 확산돼야 합니다.”

마산은 문화불모지라고들 한다.

그도 인정하는 바다. 최근에는 마산 내서 주민들이 가까운 함안으로 공연을 보러간다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성실한 동네 젊은이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질 높은 마당극·연극을 유치하고 함안군이 예산을 지원해 무료공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마산 가까이 있는 함안이 문화적으로 고무적인 이유는 군민들에게 볼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겁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평소에는 제대로 접하지도 못한 공연을 갑자기 큰 무대를 만들어 오라고 하면 얼마나 오겠습니까. 10년째 열리고 있는 마산국제연극제가 아직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시민들이 연극에 대한 인식이 낮은데 과연 애정이 쏟아질까요. 연극을 정기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당연히 연극제에도 관심을 가질 겁니다.”

시민운동을 하던 그가 시의원이 됐다. 입장이 바뀌었다. 과연 그가 말하는 시의원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더 궁금하다.

“시의원은 시민들을 위해 최소한의 일만 하면 됩니다. 동네 문제 결정권은 동네주민들한테 있는 겁니다. 의원은 지역에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나 지역민들에게 정보를 알려주고 그들이 결정하면 시에 통보하는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됩니다.”

마산이 풀뿌리 민주주의 1번지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이다. 낙지전골의 얼큰한 맛처럼 그의 의회활동도 그만의 맛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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