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의 여파로 한동안 잠잠하던 기초의원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정자치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 건수가 98년 기초와 광역의원 각 74명에서 2000년 1871명과 346명으로 폭증했다는 것이다. 이에 소요된 예산도 98년 3억 1600만원에서 지난 한햇동안 83억 3000여 만원으로 무려 26.4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의 경우 99년에 비해 지난 해 광역의원들의 외유는 줄어든 반면에 같은 기간 기초의원들의 외유는 급증하여 지출한 예산규모가 서울·경기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기초의원이라고 해서 해외출장 업무가 없을 리 만무하지만 그동안 행해진 외유의 대부분이 관광성 나들이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에 서민들의 놀라움은 더할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 지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서민의 생활은 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지역주민의 의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대변해야 할 기초의원들의 무분별함에 대해서는 준엄한 비판이 가해져야 마땅할 것이다.
얼마 전 경상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에서 의원들의 국외여행을 심사하기 위한 심사위원회 설치와 귀국 후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국외여행규칙안을 마련하여 논란을 빚은 바 있지만 이러한 규제가 가해지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간의 폐해가 엄청나다는 사실의 반증인 셈이다. 또한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의 활동을 주권자인 주민이 주인이 되어 감시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주민소환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이번 기회에 전향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를 통하여 해결하기 이전에 기초의원 등이 스스로 의정활동에 임하는 기본 자세에 대하여 깊은 반성을 하지 않는 한 기초의원 무용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지역 내에서도 선심성 예산배정이나 비효율적인 낭비성 예산운용과 각종 이권에 연루되어 비리로 얼룩진 기초의원들의 자질에 대해서는 비판여론이 팽배할 대로 팽배해 있다는 사실에 이제라도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 따위로 예산을 낭비하는 일 없이 주민들의 긴급한 현안을 우선 순위로 삼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지방의회가 될 수 있도록 의원들의 책임감 있는 의정활동을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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