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대곡면 오곡마을 “피해조사 제대로 안했다” 거부

태풍으로 농경지와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복구작업을 위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어 그 속내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0일 태풍 ‘에위니아’의 내습으로 덕곡천 제방 둑이 무너지면서 농경지 30여㏊와 파프리카·토마토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60여동의 침수피해를 입은 진주시 대곡면 오곡마을.

▲ 진주시 대곡면 오곡마을 주민들이 관계당국이 피해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현장보존을 위해 수해복구 일손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은 제방둑 붕괴로 벙커C유가 흘러 논을 오염시키고 있는 모습.
그러나 오곡마을은 태풍 ‘에위니아’에 대한 복구작업이 며칠째로 접어들고 있는 다른 마을과는 달리 논과 밭에 가득 차 있는 검은색 기름과 각종 쓰레기 등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또 쓰러지거나 구부러진 파이프로 인해 비닐하우스가 비스듬히 누워있는 것은 물론 찢어진 비닐까지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등 여전히 태풍이 할퀴고 간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특히 이 마을 농경지 전체 바닥에 깔려 있는 벙커 C유의 기름냄새와 무더위에 의해 빠르게 부패되고 있는 쓰레기에서 나는 악취가 뒤섞이면서 눈과 머리가 아플 정도이나 마을 주민들이 치우기보다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오곡마을에서 복구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복구를 위한 차량과 인원 등이 지원안됐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커다란 불신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주민들이 행정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는 것은 기름이 논 전체를 뒤덮었는데 피해조사 담당자로부터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이들은 또 피해조사 담당자가 논을 뒤덮은 기름을 외면한 것은 물론 휘어진 파이프와 찢어진 비닐도 부분만 확인하고 있어 피해조사 자체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복구작업이 마무리되면 지난 태풍 루사와 매미의 피해 때처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어가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태풍 ‘에위니아’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까지는 현장 보존을 위해 경찰, 소방서의 복구작업 지원을 위한 차량과 인력 등 각종 도움을 거절한다는 입장이다.

오곡마을 이석민(44) 이장은 “이번 피해조사도 예전 태풍 때처럼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부분만 조사하는 등 형식적”이라며 “이대로 조사가 끝난다면 거의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그는 “많은 피해를 입은 농민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면 결국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조사가 되면 빠른 복구를 위해 복구차량과 인원을 요청하겠지만 지금은 복구요청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곡면 사무소 관계자는 “대곡면에 있는 많은 농경지가 침수되는 바람에 조사인원이 부족해 전체 피해에 대한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농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를 정확하게 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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