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나라당 마산회원지구당 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강삼재 부총재는 “검찰발표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마산시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인사말에 이어 현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 정권이 장난을 치고 있다”면서 “그동안 김대중 정권이 잘해주길 기대하면서 침묵해왔으나 정권 출범후 3년이 지나도록 과거 정권 탓만 하면서 이젠 강삼재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강 부총재와 일문일답.

-검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정말 엄청난 범죄가 아닌가.

△그렇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다면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 사건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거쳐 명백한 사실로 입증될 경우 모든 정치적·법률적 책임을 지겠다. 그러나 지금은 책임질 일이 없다. 강삼재가 안기부 자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강 부총재가 정말로 진실하다면 당당히 검찰조사에 응할 용의는 없나.

△검찰은 내가 사무총장으로 있을 당시 당 운영자금으로 경남종금에 예치한 940억원 전부를 안기부 자금으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당이 관리했던 예금계좌를 내 개인계좌로 몰고 있다. 또 내가 14억2000만원을 썼다고 하면서 그중 3억원을 선거가 끝난 후에 사용했다며 나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그 돈은 당시 사무총장으로서 당 운영자금으로 쓴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3억원도 선거가 끝나고 계속 사무총장으로 유임되는 바람에 역시 당 운영자금으로 쓴 것이다. 알다시피 대검 중수부는 우리나라 검찰 중에서도 엘리트만 모아놓은 곳이다. 그렇게 똑똑한 검사들에게 불려가 법대도 안나오고 변호사도 아닌 내가 48시간동안 조사를 받을 경우 내가 아무리 묵비권을 쓰더라도 그들이 미리 정황증거를 맞춰 파놓은 함정에 빠질 것 같아서 안간다.

-14억2000만원을 강 부총재의 개인 자금으로 사용한 게 아니란 말인가.

△사무총장 시절 내가 당의 자금을 보좌관에게 수표로 바꿔오라, 현금으로 바꿔오라고 해서 후보의 선거자금으로 지원한 돈이 있다. 검찰은 그런 돈을 추적해 내가 15억원을 먹은 걸로 엿먹이고 있다. 검찰이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아마도 그런 돈은 50억원쯤 될 것이다. 나머지 3억원도 선거 후 11개월간 사무총장으로 유임됐기 때문에 의원들의 길흉사나 어려운 의원에게 쓴 것이다.



-경남종금 계좌에 있던 940억원이 안기부 자금은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건 어떤 돈인가.

△그땐 집권당이었다. 지금 야당을 해보니 야당살림과는 비교가 안된다. 당시 가락동연수원 팔아 마련한 돈도 천억원이 넘었을 것이다. 지방선거 후 나에게 넘어온 돈도 엄청났다. 3당 합당 이후 민정당이 갖고 있던 재산을 많이 팔아 만든 돈이다. 후원금과 기탁금도 상당하고, 과거의 정치관행에 따라 밝힐 수 없는 돈도 집권당 시절에는 많이 받았다.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법적으론 문제없다. 당시 그런 돈을 어디어디서 받았느냐는 건 죽을 때까지 내가 안고 가야 한다. 그 대신 안기부 자금 받지 않은 건 분명하다. 안기부 자금이라고 표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안기부 자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안기부 사람을 만나야 할 것 아니냐. 선거를 전후로 김기섭 차장을 만난 적도 없다.



-그땐 안기부 자금인 줄 모르고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안기부 돈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억측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 사무총장이 모르는 돈을 받을 수는 없다.

-940억원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나 이회창 대표도 모르는 돈인가.

△당 자금운용에 대한 모든 권한이 사무총장에게 집중돼 있다. 나의 경우 당시 당조직에 관한 부분은 대표에게 여쭤봤지만, 자금부분은 묻지 않았다. 특히 선거자금 집행은 사무총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그게 민정당과 신한국당까지의 관행이었다. 물론 지금의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총재에게 결제를 받는다.

-혹시 당시 집권당이 당의 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안기부 계좌 등에 예치하던 관행은 없었나.

△내가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에 한정시켜 얘기하자면 아무리 집권세력이라 하더라도 당과 안기부를 연결해서 당 자금을 안기부에 예치시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물론 당시 금융실명제 등으로 보아 현실성 있는 추론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현실처럼 보도되면 굉장히 안된다. 그리고 내가 사무총장 할 때는 이미 금융실명제가 정착된 때였다.

-당시 선거자금 중 안기부 돈이 아니더라도 정부예산과 같은 돈을 관리한 적은 없나.

△없었다.

-지금 각 의원별로 지원된 액수 리스트는 어떻게 된거냐.

△그것도 상당부분 코미디다. 그 액수는 내가 안다. 안 맞는 부분도 많다. 한가지 분명한 건 검찰수사에서 만일 그런데 나왔더라도 그걸 언론에 넘기면 안된다. 그게 장난을 쳤다는 반증이 아니냐. 이와 관련해 조선 동아 한국 중앙일보 등 줄줄이 돌아가면서 특종을 하고 있다. 이건 누군가 장난치는 것이다.

-당시 이원종 정무수석이나 그런 분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건 없나.

△지금 민국당에 가서 당 자금을 물어봐라. 어떤 당도 자금에 대해서는 말을 해줄 수 없다.-그는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강삼재가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다”며 “지역언론에서 이제 강삼재의 입장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공식회견이 끝난 후 “김영삼씨가 이미 강삼재를 잘라내기로 했다는 추측도 있다”고 하자 “집권 당시 당의 가장 핵심적인 일을 관장해온 사무총장을 버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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