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 도민일보 초청강연서 주장

경남도민일보(대표이사 허정도)와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위원장 조인설)는 3일 오전 10시 40분 본사 3층 강당에서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초청해 ‘한미 FTA의 본질과 우리의 대응방안’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열었다.

▲ 사진/유은상 기자
이날 강연회에서 정태인 전 비서관은 “지금 정부는 오로지 한미 FTA 체결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어떠한 합의문 초안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래서 한∙미FTA 체결에 따른 영향을 단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수준에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합의문 초안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협상전략이 노출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합의문이라는 게 이미 상대방도 다 알고 있는 건데 이걸 공개한다고 협상전략이 노출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는 경제학적으로 봐도 매우 기형적인 구조인데도, 정부관리들은 FTA를 체결, 더욱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로 나아가자고 주장하므로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며 대표적인 한미 FTA 체결 논리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결론으로 “한미 FTA는 97년 IMF 당시의 7~8배 수준, 아니 100배 이상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언급한 뒤 “IMF는 돈을 갚으면 그만이지만, FTA는 한번 맺어지면 우리 어린자식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제 : 한미 FTA의 본질과 우리의 대응방안(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장소 :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
언제 : 2006년 7월 3일 오전 10시 40분
주최 : 경남도민일보·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한 달 째 FTA와 관련한 강연으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의 마수에 걸린 듯합니다(웃음). 사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미 FTA’를 반대하지만 결국 되는 것 아니냐. 한·칠레 FTA도 그랬다. 또 실제로 한·미 FTA가 체결돼도 별일이야 있겠느냐”등등. 그러나 언론노조는 국민에게 올바른 생각을 전달할 의무가 있으므로 더욱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정부에서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논리로는 주로 △전 세계적인 FTA 체결(196개) 열풍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관세를 낮춰 수출을 늘려야 살아 남을 수 있다 등이 있습니다. 

▲ 사진/유은상 기자
FTA를 맺으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신고해야 합니다. 자유무역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WTO가 승인한 FTA는 10%인 18개에서 20개 수준입니다.

나라간 FTA를 맺게 되면 대개 그 수준(협약의 수준)이 낮아지게 돼 있습니다. 나라마다 취약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나라간에 강하게 주장하지 못합니다. 예전에 진행된 한·일 FTA도 이런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당시 일본과 이 협약을 맺게 되면 한국의 부품산업 도산이 우려된다는 말이 기업사이에서 많이 나오자 그래서 피해가 되는 부분은 빼버리고, ‘윈-윈’하는 분야로 좁혀졌죠.

또 지적하고 싶은 것은 FTA 체결 숫자에 우리가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고, 이는 경제성장률과도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남미 지역의 경우 평균 7개, 아프리카 5개, 유럽 3~4개, 동아시아 2개정도 FTA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습니다. 따라서 이 FTA 흐름에 뒤지면 영원히 뒤떨어진다는 정부쪽 논리는 맞지 않는 것이지요.

정부쪽에서 우리나라가 수출주도형 나라라고 강조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 비율은 세계적으로 높지요. 70%가 넘습니다. 이는 정말 기형적인 경제구조입니다. 경제학상으로도 이것은 줄여야 맞습니다. 4000만~5000만 정도 인구라면 내수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외의존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외치니 말이 안 되는 거죠.

대외의존도의 경쟁력은 대개 임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확보됩니다.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계속되면 사회양극화가 커지게 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호황이라 일컫는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내수와 수출비율이 50 대 50이었습니다. 따라서 한번 더 강조하지만, FTA 체결숫자도, 지금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정부의 FTA 체결논리는 분명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FTA와 관련해 강연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예전에 제가 한·일FTA 대통령 자문위원을 맡았거든요. “한·일FTA를 주도했던 사람이 왜 한·미FTA는 반대하느냐”라고. 그 때 노무현 대통령은 “이것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자주 말했지요. 그런데 한·일 FTA 체결 준비과정은 한·미 FTA와 전혀 다릅니다. 당시 정부가 한·일 FTA와 관련해 발주한 연구용역만 25개입니다. 그런데 한·미 FTA는 고작 2~3개.

저는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잠을 잘 주무시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모두 웃음).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일 FTA와 한미 FTA는 엄연히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일본은 약점도 있고, 그렇게 치명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협상이 중단된 상태죠. 그러나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서비스 분야의 경우 우리나라 5배, 농업은 우리가 손으로 옥수수 씨를 심는다면 미국은 비행기로 뿌리는 수준이지 않습니까. 거기에다 미국은 농업보조금도 줍니다. 우리나라가 겨우 경쟁력 있는 분야라면 중형자동차, 반도체 일부, 가전제품 일부품목 정돕니다. 

게다가 미국의 화학, 의료분야 경쟁력은 가히 세계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협약을 맺으면 대응책이란 게 있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도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뒤처질 게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는 겁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일 FTA와 비교불가입니다.

FTA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요 개념들이 있습니다. 먼저 지적재산권. 미국은 현재 지적재산권을 강화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미 의회는 이른바 ‘미키마우스법’을 통과시켰는데요. 올해가 미키마우스가 나온 지 딱 50년째 되는 해. 이 법안의 핵심은 원래 50년까지 보호해주던 특허권을 70년까지로 늘리는 거죠. 20년 더 늘린 것이죠. 쥐새끼의 수명이 늘어난 것이죠(모두 웃음).

다음은 투자 조항. 투자문제는 몰수에 대한 위험 때문에 생겼습니다. 몰수는 쉽게 제국주의 국가가 제3세계 석유 자원 지배를 위해 투자했으나 좌파정권의 등장으로 국유화되는 상황을 말하죠 . 그런데 몰수라는 개념은 이제 ‘수용’이라는 용어로 개념이 넓게 사용됩니다. 즉 예전과 같이 직접적으로 빼앗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윤활동 방해까지 모두 간접수용으로 해석합니다(나프타 11조 투자조항).

더구나 분쟁이 생기면 나라 대 나라가 아니라 기업이 정부를 직접 제소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분쟁이 일어난 나라의 사법부가 아닌 제3의 민간기구로 넘어갑니다. 즉 그 나라의 구체적인 문화와 역사라는 맥락을 완전 무시하겠다는 것이죠. 정부 당국자나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민간기구를 중립적 기구라 말하지만 얼토당토않은 이야깁니다.

이 같은 조항이 들어간 까닭은 미국 기업들이 여러 나라에 걸쳐 투자를 가장 많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진/유은상 기자
일부에서 “한·미 FTA는 미국에 들어가 있는 한국기업을 보호하는 장치도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과 미국의 기업별 투자가 20배 이상 차이 난다는 사실, 과연 강한 나라를 상대로 우리 기업들이 제소를 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머뭇거리게 합니다.

최근 미 의회의사국(CRS) 보고서는 한미FTA에 대한 목표를 한국의 법과 제도, 관행을 바꾸는 것이라고 명확히 밝혀놓았습니다.

원래 미국은 한꺼번에 여러 나라와 앞에서 말한 이런 조항에 대해 체결하려고 했는데, 2003년부터 2004년(지금도 현재진행형) 중남미 좌파정권이 잇따라 들어서자 전략을 수정하게 됐지요. 이는 칠레와 협정을 체결할 때처럼 나라 대 나라별로 협정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나아갔죠.

미국이 FTA를 통해 관철하려는 것은 명확합니다. 공기업 민영화·각종 규제완화, 개방·자유화, 긴축정책 등을 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겠다는 흐름에 한국이 놓여 있습니다.

일전에 한국과 미국이 BIT(상호투자협정)를 맺으려 했는데, 스크린쿼터 문제 때문에 실패했지요. 로비력이 센 미국영화자본이 미 정부에다 압력을 넣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정을 맺지 말라고 했던 것이지요. 이런 면에서 우리는 영화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튼 참여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스크린쿼트, 쇠고기 수입재개, 자동차배기가스 등을 해결하면서 한·미 FTA가 본격 착수됐지요.

FTA에서 새로운 상품은 유보조항을 넣지 않는 이상 무조건 자유화 대상입니다. 협상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통상교섭본부에서 협상 중이므로, 안 된다는 논리를 폅니다. 전략상 문제가 있답니다. 현재 정부는 오로지 한·미 FTA 체결에만 목매고 있습니다. 그래서 합의문 초안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야 해결(체결)할 수 있다는 거죠. 저는 현재 한·미FTA 체결에 따른 영향을 단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수준에서 추정할 뿐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미국이 한·미 FTA를 다른 FTA의 전범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고, ‘NAFTA+’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한·미 FTA가 앞으로 우리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미국과 나프타를 맺었던 멕시코를 보면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6월초에 방영된 <KBS 스페셜 :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불후의 명작입니다.

멕시코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12년 동안 수출과 투자가 급속도로 늘었습니다. 1000%가까이 늘었지요. 그러나 1인당 GDP 성장은 1.4%에 머물렀습니다. 사실상 정체된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멕시코 패러독스’라 부릅니다.

▲ 사진/유은상 기자
마킬라도라(멕시코 내 대표 수출입 임가공 단지)가 94년 이후부터 커지기 시작했는데, 결국 내수용 중소기업들의 파산과 농촌 초토화, 몇몇 독점기업의 배를 불리는 결과로 드러났지요.

이 곳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몰려있습니다만, 90%의 부품 및 기계를 미국에서 수입합니다. 약 3% 정도만 자국에서 조달하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하루 12시간 일하고 월 20만~40만원 받습니다. 때문에 멕시코 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파산했습니다.

멕시코는 옥수수가 주곡인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옥수수는 곧 쌀이죠. 멕시코 정부는 옥수수를 쿼터제로 수입을 시작했고, 얼마안가 쿼터이상으로 미국 옥수수가 들어오게 됩니다. 개혁을 한답시고, 옥수수에 대한 농업보조금마저 줄였지요. 그런데 웃기는 것은 옥수수 값은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소비는 늘지 않고, 오히려 또티아(옥수수를 재료로 만든 만두피 모양) 값은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이는 멕시코에 진출한 카길‘(Cargill)’로 대표되는 미국의 초국적 농기업이 또티아용 옥수수 소비자 가격을 크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멕시코 국민들은 크게 세 가지 선택을 합니다. △사파티스타로 대표되는 농민반란 △ 도시빈민 형성 △ 미국 (불법)이민…. 우리가 물론 멕시코와 처지가 같지 않습니다. 임금이 다르고(멕시코 5배), 물리적 거리도 있습니다(태평양이 있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한·미 FTA를 맺더라도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의류 등 모든 분야에서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한·미 FTA는 경제적 이익은 없거나 미미할 것입니다. 투자에 관한 장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주권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외교 안보적으로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 한미일 VS 북중러 대립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97년 우리가 맞았던 IMF 10개, 아니 100개의 위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IMF는 돈을 갚으면 그만이지만, FTA는 한번 맺어지면 우리 어린자식들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위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미국과 FTA를 추진했는데, 스위스쪽에서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표기를 계속 요구했고, 결국 미국이 이를 거부해 협상자체가 깨졌습니다. 우리도 상식수준에서 특히 건강과 관련된 주장을 계속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언론노동자들이 이번 한·미 FTA 문제를 국민들에게 단지 수출을 늘려 잘 살아보자는 것이 아님을 먼저 알려야 할 것입니다. 저는 언론노조가 우리나라를 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민병욱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