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이 열화우라늄탄 유해성 여부에 대해 9일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유럽 각국은 10일 자체 조사와 함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한 미국은 발칸반도 등에서 사용된 열화우라늄탄을 납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유연(有鉛) 페인트에 비유하면서 유해성을 부인했다.

코언 美국방 “직접 흡입안하면 인체 무해”

○…윌리엄 코언 미국 국방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공기중의 열화우라늄 입자가 인체에 직접 흡입될 경우 유해할 수 있다”면서 “표피가 벗겨지지 않으면 해롭지 않은 유연 페인트와 같으며, 표피가 벗겨져도 어린이 등이 직접 흡입하지 않으면 무해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혈병이나 다른 종류의 암이 열화우라늄과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없다”며 “열화우라늄탄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를 흡입할 경우 건강상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나 보통 비에 의해 산화물이 씻겨져 해롭지 않다”고 해명했다.

유럽 각국 앞다퉈 발칸신드롬 조사

○…헝가리 국방부는 다음주부터 발칸반도에 파병됐던 4000명의 장병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군의 한 관계자가 10일 밝혔다. 리투아니아 국방부도 같은 검사에 착수했다고 국방장관이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보스니아와 코소보에 파견됐던 24명의 병사를 대상으로 플루토늄 또는 열화우라늄 인체 잔류검사를 시행키로 했다. 아일랜드공화국군은 이와 관련,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안된다면서 범유럽 대책기구를 발족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군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코소보에서 나토가 주도하는 평화유지군 활동에 참가한 3600명의 장병을 대상으로 검사를 한 결과 열화 우라늄탄과 관련된 증세를 보이는 장병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영국 핵실험 군예비역도 피폭 조사 요구

○…열화우라늄 피폭에 따른 조사와는 별도로 영국 핵실험에 참가했던 군 예비역 단체는 10일 발칸 파병 장병만 피폭 검사를 실시하지 말고 자신들도 방사능 피폭검사를 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발칸 참전 장병들 뿐 아니라 모든 군인의 안전이 중요한 것”이라면서 2500명의 영국 사병들이 핵실험 작업에 참가했으나 피폭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폭격 장소서 방사능 검출

○…나토 주도 보스니아안정화군(SFOR)에 소속한 독일군 파견대는 10일 사라예보 인근에서 나토 공습당시 폭격 장소에서 일정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됐으나 열화우라늄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독일군 파견대는 사라예보 서쪽 20㎞ 떨어진 곳에 쌓아둔 포탄 상자 주위에서 일정량의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밝히고, 검출량이 미량이지만 통제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따라 보스니아 정부는 나토에 대해 열화우라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한편 보건·환경 각료를 중심으로 자체 조사기구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한편 코소보주재 유엔민간행정기구(UNMIK)는 열화우라늄의 유해성이 확산됨에따라 나토가 폭격한 지점을 경고 표시를 하는 등 통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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