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탈꼴찌에 성공하고 중위권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은 단연 ‘리틀 싸움닭' 나승현이다. 만 19세의 나이에 마무리 투수라는 중책을 맡은 나승현은 배짱 있는 투구로 롯데의 뒷문을 든든히 걸어 잠그고 있다.

   
그러나 나승현의 활약으로 인한 롯데의 상승세 뒤에는 다소 무리한 출장을 계속하고 있는 나승현의 혹사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나승현은 마무리 보직을 맡은 이후 롯데가 치른 25경기 중에서 16번이나 등판을 했다.

나승현이 기록한 12세이브 중에 9회에 등판해 세이브를 올린 것은 5번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8회 이전에 등판한 경우다. 지난 6일 KIA전에서는 7회 1사 후에 등판해 2.2이닝을 던졌고, 23일부터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는 3경기에 모두 등판해 무려 70개의 공을 던졌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1-0으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 상황에 등판해 캘빈 피커링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데 이어 9회에도 2루타 하나와 볼넷 두 개를 허용하며 경기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나승현은 이날 계속된 연투의 피로 때문인지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볼넷을 남발했고, 9회에는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39km에 머무는 등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나승현은 6월 들어 12경기에 등판해 16이닝을 던졌는데 나승현이 6월에 던진 266개의 투구수는 팀 내 붙박이 선발 투수인 염종석(221개)을 능가하는 기록이다. 팀이 승리하는 경기에는 언제나 나와야 하는 자리가 마무리라곤 하지만 아직 시즌 전체를 소화한 적이 없는 만 19세의 어린 나승현에게는 너무나 부담스런 등판이다.

올 시즌 다시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강병철 감독은 지난 1984년과 1992년, 두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명장이지만 유망한 젊은 투수를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는 감독이다.

1992년에 35경기에 등판시키며 204.2이닝을 던졌던 염종석과 2000년 42경기에 나와 10승 12패 9세이브를 기록한 이승호(SK)는 신인 때 혹사로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인데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강병철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승부사 기질을 지닌 나승현은 분명 현역시절 126승을 올린 조계현(현 KIA 코치)의 별명이었던 ‘싸움닭'을 물려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적어도 10년 이상 야구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재능을 갖춘 나승현이 당장의 성적 때문에 훗날 ‘비운의 스타'로 기억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양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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