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입맛 당기는 여름 별미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를 정한 후 /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 반찬이야 있고 주린 창자 메인 후에 / 청풍에 취포하니 잠이 낙이로다…’

- <농가월령가> 6월령 중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는 잔혹하다. 끈적하고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 땀 흘려 일한 후 정자나무 그늘 밑에 둘러 앉았다. 보리단술은 물론 깊은 우물 속에 넣었다가 꺼내왔을 것이다. 보리단술로 입맛을 돋운 후 먹는 보리밥은 소찬이나마 달디 달았을 것이다. 시원한 바람마저 포식하며 나른한 몸을 뉘어 잠깐 눈을 붙인다. 고단하지만 건강한 삶의 에너지를 얻는 농부의 생활을 엿보는것 같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줄 알았던 선인들의 여름철 음식으로 냉국과 냉채를 뺄 수 없다. 냉국은 땀을 식혀주면서 나른한 피로를 풀어주는 계절의 별미이다. 냉채는 해물이나 육류, 야채 등을 볶아 차게 하여 겨자장이나 초간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어채, 월과채, 겨자채 등은 우리가 예부터 즐겨온 냉채이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 “왕과 대비의 편견을 깨뜨린 해물냉채…”라는 대목이 나온다. 요리 경합에서 한 상궁은 팔과탕을 만들기 위해 거북이를 구하러 갔다 최 상궁의 음모로 돌아오지 못하고, 장금이 혼자 급한 대로 음식을 만들어 내놓게 되는데, 그게 바로 해물냉채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해물냉채라 왕과 대비의 시선을 끌지 못했으나 맛을 살짝 본 왕의 한마디, “평범한 해물냉채인줄 알았더니 그 맛만은 아주 독특하구나. 어찌 만든 것이냐?”

“궁궐은 잣즙을 써왔으나 냉채의 장점인 상큼한 맛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알고 마늘즙을 만들었더니 마늘이 생선의 비린내까지 없애주어 청량한 맛을 더하는 듯 하옵니다.” ”호~ 그래. 겨자처럼 코가 맵지않고 달금하면서도 매콤한 것이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구나.”

이렇듯 평범해 보이는 해물냉채를 더위에 지친 여름철 식탁을 새롭게 바꿔주는 웰빙 음식으로 즐기면 일품이다.

<해물냉채> (4인분)

△재료 = 전복 3개, 소라 중간 것 3개, 오징어 25g, 새우 중간 것 4마리, 오이 25g, 노란파프리카 1개, 배 1/2개, 겨자가루 180g, 설탕 25g, 식초 40cc, 마늘 30g, 소금 2g, 물 135cc, 참기름, 청주

△만드는 법 = 겨자즙을 만들기 위해서 겨자가루를 20℃의 미지근한 물에 개어 2시간 동안 발효시킨다. 남은 물을 끓여 설탕, 식초, 마늘, 소금을 넣고 간한 뒤 발효시킨 겨자가루에 붓는다. 시중에서 파는 연겨자를 써도 된다.

전복은 산란기 전인 여름철에 가장 맛이 좋다. 전복은 껍질째 삶아낸 후 입을 벌려 숟가락으로 살을 발라낸다. 전복에 붙어 있는 녹색 내장과 검은색의 질긴 입을 잘라내고 4~5조각으로 썬다.

소라는 데쳐서 결의 반대 방향으로 4조각 나오게 저민다. 오징어 몸살은 잘게 칼집을 내어 손질한 뒤 끓는 물에 청주를 조금 넣고 삶아 건진다.

   
 
 
 
1.5cm 폭으로 둥글게 썰어 차게 식힌다. 새우는 등쪽의 내장을 제거한 후 끓는 물에 청주를 조금 넣고 삶아 건진 다음 껍질을 벗겨 차게 식힌다.

손질한 해물을 납작하게 썬 배, 오이와 노란파프리카와 함께 겨자즙과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

※ 포인트 = 마늘 겨자소스에 파인애플, 레몬, 유자즙 등을 넣어 과일 향을 더하면 훨씬 더 맛있고 상큼한 소스가 된다.< /STRONG >

/허정주(LG전자(주)아워홈 조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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