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역대표카페 선정 ‘창살모’ 정기모임

“아~ 잘 먹었다”

이 짧은 한마디를 내뱉고 싶어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이들이 있다.

‘먹는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맛 정보 카페를 찾는 누리꾼이다.

최근 도내 지역 카페가 네이버 지역대표 카페로 뽑혔다. ‘창원에서 재미나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살기 모임’(http://cafe.naver.com/cw2004.cafe·이하 창살모)이다.

▲ 최근 네이버지역대표카페로 뽑힌 ‘창살모’회원들이 지난 16일 창원의 한 음식점에서 정기모임을 가졌다.사진/박종순 기자
2003년 모임이 시작돼 회원이 2000명에 달하는, 지역의 내로라 하는 카페이자 창원의 맛·멋·여가 정보가 올려져 있는 한마디로 ‘참살이를 추구하는 카페’다.

카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회원들이 올려놓는 맛에 관한 평이다.

창원에서 재미나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살기모임

그들은 최신 맛있는 집 뿐만 아니라 맛없는 집 정보까지 냉정하게 올리는 ‘식(食) 품평갗들이다. 주렁주렁 달린 댓글은 더 날카롭고 새로운 정보들로 가득하다.

지난 16일 정기모임(정모)에 12명의 회원들이 모였다. 20대부터 40대까지, 전업주부·토피어리 강사·라이브 가수·공무원·공인중개사까지 나이도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새내기 회원들도 절반을 차지하지만 맛이라는 공통화제가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들에게 맛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음식정보 만큼이나 솔직 담백한 그들만의 맛 논단을 들어봤다.

맛만큼 사람·분위기가 중요하다

구들장 사이로 삼겹살 기름이 쏙 밴다. 이날 모인 곳은 한 회원이 추천한 창원 팔룡동 구들장 삼겹살 집.

회원들은 담백한 고기 맛과 더불어 독특한 구이 형식이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짐작 같아선 이들이 음식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일 것 같지만,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잘 먹었다’라는 문장 속에는 ‘누구’와 ‘어떻게’가 포함돼 있다.

40대 설호 회원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 먹거나 마음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먹으면 제 맛을 못 느낀다”며“마음 편한 벗과 먹을 때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먹는 즐거움 찾으려 3년전 결성…현재 회원 2000명

최근에는 맛보다 분위기와 서비스가 우선이다. 20대 사랑니빼 회원은 “요즘처럼 비슷비슷한 음식들이 범람할 땐 음식에 어울리는 분위기와 다시 오게끔 만드는 서비스가 단골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좌우한다”고 분위기론을 펼쳤다.

사랑니빼 회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곳곳에서 친절하고 깍듯한 서비스만이 최고의 서비스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거침없이 욕을 쏟아 붓는 정감 나는 욕쟁이 할머니나 ‘시장허제 얼른 챙기줄게’한마디만 던지고 얼른 밥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우리네 어머니같은 식당주인은 요즘 찾기 힘든 백 만불 짜리 서비스맨(우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음식 속에도 문화가 보인다

음식을 보면 문화를 알 수 있다. 창원은 외지인들이 모인 신도시. 이날 참석한 회원들도 창녕, 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오랜 생활을 하다 창원으로 온 이들이 많다.

그런 이유일까. 창원은 유달리 새로운 메뉴가 가장 빨리 들어오고 체인점과 패밀리레스토랑이 주를 이룬다.

이날 모인 회원들은 도시문화가 음식문화도 만들어간다고 단언했다.

창녕에서 왔다는 30대 회원 키노피오는 “창원은 퓨전 음식점이나 체인점은 많은데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음식점은 찾을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진주에서 2년 전 창원으로 오게됐다는 40대 홍마 회원이 창원은 마산과 진주와 같은 전통도시나 전통 맛을 자랑하는 시골과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평했다.

“비슷비슷한 음식 범람할 땐 서비스·분위기 중요”

“오래된 도시에서 온 외지인들이 창원에 오면 먹을 만한 곳이 없다고 많이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 음식점 주인 입장에서는 전통 맛을 고집하기에는 무리죠. 창원은 다양한 지역에서 오는 사람이 많은데다 계층도 다양하지 않습니까.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맛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지역의 문화가 음식문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카페가 번성하게 된 이유도 어쩌면 창원이라는 도시 특성 때문일 게다.

카페에 소개된 음식점들은 창원하면 떠오르는 거대한 규모나 새로운 맛을 자랑하는 곳보다 작지만 소박하고 주제가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40대 전이현 회원이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맛을 찾고 맛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창원이란 도시는 ‘찾는 즐거움’이 있어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첫 만남의 어색함은 잠시, 그렇게 맛·멋·여유에 대한 토론은 월드컵 열기만큼이나 뜨거웠고 카페 댓글만큼이나 풍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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