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간 경남 해안선 둘러보니 대부분 콘크리트 해안도로 일색

“통영 거제 고성, 세 곳에서 도에 제출한 연안관리계획은 관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개발을 위한 것입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윤미숙 정책실장의 일성은 오늘날 해안관리 실태에 대한 단적인 경고다.

자연 해안을 포함한 근해의 환경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바다를 낀 시·군 차원으로 연안관리계획 마련을 법으로 정해 놓았지만, 오히려 연안개발을 합법화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안관리법 상에 관리할 연안의 성격을 보전·이용·개발 등 세 유형으로 나누게 한 점을 악용, 되레 연안을 이용하거나 개발할 연안을 확대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위클리경남이 12회에 걸쳐 연재한 ‘경남의 해안선’ 탐사 취재를 계기로 해당 시·군별 연안관리계획 수립 정도를 알아본 결과, 도에 이미 계획을 제출한 통영·거제·고성의 경우에서 관련된 예가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고성군은 계획 속에 ‘골프장 다섯 곳 신설’ 내용을 포함시켰다.

특히 3개 시·군의 관리계획은 이미 도 차원의 연안관리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곧 해양수산부 중앙심의위의 최종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지역 차원에서 반발에 부딪혔던 개발계획 실현이 오히려 가속화되는 결과가 예상되는 것이다.

아직 제출조차 되지 않은 경우는 더 많다. 마산과 진해, 사천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나머지 5개 시·군은 도에 관련 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과연 법제화 장치는 무엇인지, 언제까지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 남해 남면의 자연해안. 경남의 해안은 공단조성·리조트 개발 등으로 예전 해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12주 간에 걸친 경남의 해안선 취재

하동과 광양을 잇는 섬진대교에서 시작된 경남의 해안선 취재는 매주 1회씩, 11주가 지나서야 부산·경남의 해안 경계인 진해시 웅동2동 용원에 이르렀다. 해안의 관리 실태를 비교하기 위해 맨 마지막 12회는 부산 편으로 엮었다.

기가 막힌 해안 절경이 가는 발걸음을 잡기도 했고, 섬 하나하나 해안취재를 잇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망설이기도 했다. 시·군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지형의 차이를 비교하는 일은 흥미 있었다. 하동의 해안이 왜 다른 곳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은지 이유가 있었다. 하동 해안의 절반을 화력발전소가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통영 해안은 드나듦이 심하고, 섬이 특히 많아 도내에서 가장 길었다.

통영·거제·고성 연안관리 계획, 자연해안 파괴 실상 드러내

섬 해안의 절경으로 쌍벽을 이루는 남해와 거제는 각각 평화로움과 역동미를 고유의 캐릭터로 내세웠다. 진해의 해안은 인공의 계획이 어떻게 바다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지 가공할 변화를 직접 보여주었다.

지형의 차이만큼이나 독특한 양상을 나타내는 갯가 사람들의 특성은 좀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을 정도로 매력 있는 주제였다.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의 일화는 흥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양반들도 하나같이 동네 밖에서 쓰고 있던 갓 벗어놓고 들어갔다던 통영 사람들은 그처럼 격식을 싫어하는 특성으로 예술과 기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했다. 윤이상 박경리 등 각 분야의 출중한 예술인들, 굴 조개 등 일찌감치 시작됐던 수산물 양식이 그 사례였다.

남해의 골짝마다 계단을 이룬 다락논은 갯가 사람들의 생활력을 증명했다. 심지어 크고 작은 다락논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던지 ‘벗어놓은 삿갓 밑에 숨어있는 손바닥 다락논을 찾지 못해 반나절을 찾았다’는 농부의 일화까지 전해졌다.

△해안관리의 실태 드러나

해안관리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됐다. 대부분의 해안이 콘크리트 해안도로 일색으로 획일화돼 간다는 점이 우선이다.

상징적인 몇 가지 사례. 경남 해안선의 도입부인 하동 쪽 섬진대교 끝에서 해안선이 맞는 첫 번째 마을인 금성면 명선까지 바로 지금, 해안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진해 행암만 해안은 만 전체를 완전히 콘크리트 해안도로로 둘러친 극명한 사례였다. 이곳에 가면 해안도로로 획일화된 해안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자연 해안의 실종이다. 어떤 곳은 공단조성으로, 또 어떤 곳은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개발로 예전 해안의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돼 간다.

우선 남해 남면. 이미 서면 남해스포츠파크에 의해 자연 해안이 사라진 장소 바로 옆 남면에 골프장을 포함한 대형 리조트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인공물에 의한 자연해안의 실종 역시 진해에 이르러 엄청난 현실로 다가온다.

새로 매립된 웅동단지 등 500만평이 넘는 진해와 부산의 바다가 육지로 변했다. 7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은 이제 섬이 아니다.

▲ 진해 신항매립지와 속천해안도로. 경남지역 해안관리의 특징은 대부분이 콘크리트 해안도로 일색으로 획일화 되어간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자연해안의 실종. 새로 매립된 웅동단지 등 500만평의 바다가 육지로 변했다.
“고성 절대보전 지역 11.5%불과, 연안개발계획으로 오인한 듯”

탐사결과 드러난 경남 해안선의 관리실태가 적나라하게 반영되는 실례가 바로 통영·거제·고성 등의 시·군이 제출한 연안관리 지역계획이다.

이는 ‘아이러니’에 가깝다. 자연해안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안관리법 때문에 만들어진 관리계획이 오히려 자연해안의 파괴실상을 드러내는 셈이 됐다.

△연안관리계획의 실체는 보존해안의 비중

연안관리계획은 그 이름부터 어중간한 성격을 갖고 있다. ‘보존’이 아니라 ‘관리’다. 보존을 하든, 개발을 하든 ‘잘 관리하라’는 것이다. 경남도의 담당업무 편제도 이런 이중적 특성과 연결된다. 연안관리 담당 부서가 항만수산과 항만개발담당으로 돼 있다. 항만개발담당 정광욱 씨는 1999년 시행된 연안관리법의 내용을 “연안의 지속가능한 발전, 연안의 효율적 이용과 보존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안을 보전지역, 이용지역, 개발지역으로 나누는 것이 주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제출된 통영·거제·고성의 구체적인 계획 내용을 보자. 용남면 동달리 오촌 일원 등 14곳의 호안정비사업이 포함됐다. 산양읍 추도리 대항 일대의 침식방지사업도 제출됐다. 연안구역 설정 비중은 절대보전과 준보전이 각각 22.2%와 51.5%, 이용연안이 11%, 개발조정과 개발유도가 각각 9.5% 5.8%(합해서 15.3%) 였다.

거제시의 연안구역 설정은 이렇다. 절대보전과 준보전이 각각 20.1%와 57%, 이용연안이 4%, 개발조정과 개발유도가 각각 17.1% 1.8%(합해서 18.9%) 였다.

연안정비사업으로 거제면 내간리 내간 일원 등 세 곳의 호안정비사업과 동부면 가배리 등 네 곳의 해안도로사업, 거제면 법동리 고당 지선 등 세 곳의 침식방지사업이 제출됐다. 옥포 장승포 장목 오비 등지의 공유수면매립 계획도 추가됐다.

고성군은 절대보전·준보전 지역으로 각각 11.5%와 53.9%, 이용연안 11.7%, 개발조정·개발유도 지역으로 8.4%와 14.5%(합해서 22.9%)를 배당했다. 사실상 개발 예정지라 볼 수 있는 이용연안을 합치면 34.6%의 비중을 차지한다. 고성은 해안골프장 조성계획이 눈에 띈다. 이밖에 봉동지구 27홀, 마암면 18홀, 동해면 내산 9홀, 동해면 봉암리 18홀, 마동호 수상골프연습장 계획 등이다.

두 지역 관리계획의 허실에 대해 윤미숙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사실상 준보전지역까지 개발 가능한 지역으로 봐야 한다. 고성이 최악이다. 절대보전지역만 보더라도 그렇다. 고성은 연안개발계획으로 오인하고 있다. 부분수정을 전제로 고성군의 계획이 심의를 통과했는데도 그대로 해양수산부에 올라갔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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