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경기력 저하 우려 ‘TV시청 금지령’

‘승짱, 월드컵 축구 보지마!'

요미우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게 생겼다.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축구 제전인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비상이 걸렸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사진)이 선수들에게 월드컵 생중계 시청을 금지했다는 것이다. 밤새 축구보다가 컨디션 난조로 정작 팀 경기를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대상이 전 선수가 아니라 투수들에 국한됐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산케이스포츠>는 6일 시로사카 게이 트레이닝 코치의 말을 빌려 이같이 전했다.

시로사카 코치는 “선발투수는 최소한 8시간 이상을 자고 던져야 한다. 이 시기에 낮과 밤이 바뀌는 일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 월드컵 축구를 보고 싶으면 녹화해서 보라”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서 F조에 속한 일본은 12일 밤 10시 호주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는다. 18일 역시 밤 10시에 크로아티아전이 있다. 마지막 3차전은 23일 새벽 4시 브라질전이다.

시로사카 코치는 새벽까지 월드컵 경기를 즐기다 보면 생활 리듬이 바뀌고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저하시켜 쉽게 병이 찾아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6월 들어 한신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여야 하는 요미우리로서는 월드컵이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하라 감독의 월드컵 생중계 시청 금지 조치는 나중엔 야수들에게도 확대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요미우리 간판타자 이승엽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이승엽은 일본대표팀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한국대표팀 경기를 볼 것이다. 한국은 13일 토고전만 밤 10시에 시작될 뿐 2차전 프랑스(19일)와 3차전 스위스전(24일)은 모두 새벽 4시에 열린다.

굳이 자국팀의 경기뿐만 아니라 타국끼리 펼쳐지는 빅매치도 볼 만한 게 월드컵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재미가 쏠쏠해 TV의 전원 스위치를 누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요미우리뿐만 아니라 월드컵은 한국의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듯. 특히 월드컵 열기는 일본 보다 한국이 훨씬 뜨겁다. 현재 2002년 4강신화의 재현을 위해 온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월드컵 ‘정국'에 휩싸여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 역시 종목은 다르지만 애국심이 활활 불타오르는 시기다. 야구도 해야 하고 축구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설마 하라 감독처럼 월드컵 시청 금지조치를 내리지 않겠지만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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